예전에 프랑스 여행을 가서 루브르 박물관에 간 적이 있습니다. 사실 엄청난 기대를 하고 박물관에 갔습니다. 꼭 보고 싶은 작품이 하나 있었거든요. 그것은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입니다.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모나리자’를 향해 달렸습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메우고 있었지요. 사람들을 뚫고 ‘모나리자’를 정면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람과 감탄보다는 실망이 더 컸습니다.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미소라고 하는데 도무지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눈썹 없는 여인의 얼굴은 너무나 이상해 보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감격하고 꼭 보고 싶어 하는 명작을 직접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왜 실망만 한 것일까요? 바로 제 자신이 명작을 볼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술에 대한 문외한에게 모나리자 그림은 그저 그런 그림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만약에 갓난아기 앞에 모나리자 그림과 딸랑이를 놓았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아이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더 귀하게 여길까요? 당연히 모나리자 그림보다는 딸랑이를 선택할 것입니다. 모나리자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의 그 어떤 명품과도 비교할 수 없이 귀하신 분이십니다. 그러나 주님을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주님의 가치를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주님의 가치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들이 귀하다고 하니까 그냥 귀한 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주님의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주님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을 알아볼 수 있는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세상의 것들보다 주님께서 얼마가 귀하신 분인지를 주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지를 깨달을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인류의 빛이신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에게 당신 자신을 환하게 드러내 보이신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쁜 날 특별히 주님의 별을 보고 예물을 가지고 경배하러 온 동방 박사들을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들은 율법을 잘 아는 유다인도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가까이에 사는 것도 아닌 먼 지역에서 주님을 찾아왔습니다. 지금처럼 교통이 편하지도 않은 그때를 떠올려보면 그들의 수고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주님을 알아볼 수 있는 높은 수준에 올라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비록 유다인은 아니지만, 하느님을 알려고 노력했고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오신 하느님을 직접 뵙고 경배하면서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봉헌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높으신 주님을 알아볼 수 있도록 우리 역시 높은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기도와 묵상, 희생과 봉사, 그밖에 주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신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조금씩 주님을 알아볼 수 있고, 주님께 진정한 봉헌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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