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 [주님 공현 대축일 전 목요일]
복음 : 요한 1,29-34
< ‘요한 세례자’라는 교회 >
말콤 글래드웰의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비결을 파헤친 ‘아웃라이어’에 두 천재의 대비되는 사례가 나옵니다.
우선 그는 머리가 좋은 것과 성공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근거로 IQ가 높은 천재 730명을 어렸을 때부터 성장할 때까지 추적 조사한 터먼의 연구결과를 소개합니다.
아무리 천재라 해도 ‘성공한 사람(150명) – 보통사람(430명) – 사회부적응자(150명)’로 나뉩니다.
이는 천재가 아닌 사람을 조사했어도 그랬을 것입니다.
터먼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크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 연구로 평생을 바쳤지만 결과는 황망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녀들을 성공과 실패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요?
예상하셨겠지만 역시 ‘가정환경’입니다.
여기에 두 엄청난 천재, 크리스 랭건과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대비되어 등장합니다.
크리스토퍼 랭건은 미국 퀴즈쇼 ‘1 대 100’에 참여하여 한 치의 오류도 없이 25만 달러를 상금으로 챙겼습니다.
물론 돈이 필요했는지 그것을 걸고 100만 달러까지 갈 수 있는 문제는 포기했습니다.
크리스의 아이큐는 195입니다.
평균 아이큐가 100정도이고 아인슈타인이 150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는 50대가 넘어 한 시골 농장주로 살고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수많은 논문과 어려운 책들을 읽으며 지식을 늘려가고 있지만 그가 낸 책이나 논문은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집이 찢어지게 가난하여 평생 건축현장에서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하기는 하였지만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그것도 물 건너갔습니다.
크리스는 4형제 중의 장남인데 4형제의 아버지가 다 다릅니다.
그리고 옷을 빨면 갈아입을 옷이 없어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극빈자로 살았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그 머리를 받쳐줄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면 그런 삶에 만족해해야만 합니다.
반면 오펜하이머는 성격이 괴팍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인정해줘서 원자폭탄을 만들어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그도 어렸을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었고 학교에서 적응을 잘 못할 때마다 부모가 찾아가 중재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린 나이에 인정을 받아 원자폭탄을 만드는 연구에 받아들여지게 된 것입니다.
여기까지 하면 가정환경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끝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펜하이머는 우울증 환자였습니다.
머리는 좋았고 세상에 이름을 드러낼 업적도 내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사회부적응자였습니다.
대학교 때 그는 약물을 이용해 교수를 살해하려고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학처분이 다였습니다.
왜냐하면 집안도 좋았고 천재였기 때문입니다.
크리스에게도 이런 환경이 주어졌다면 그의 삶은 달랐을 것입니다.
요한 세례자는 왜 필요한 걸까요?
인간이 부모에게 온전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사회를 편안하게 만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세상보다 더 크신 분입니다.
그러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요한은 외칩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이 역할을 지금은 교회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한의 회개를 위한 세례 없이 그리스도께서 주시려는 성령의 세례를 받을 수 없는 것처럼, 교회 없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없습니다.
물론 교회가 들어가지 못한 곳에서도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절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성령의 도우심과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도우심이 있다고 보아야합니다.
그리스도의 신부인 성모님만으로도 교회입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성모님이 아니셨다면 포도주가 사람들에게 올 수 없었던 것처럼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려면 누군가의 중개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부모가 사회부적응자이면 자녀도 그렇게 되기 싶고, 부모가 세상적인 성공을 좋아하면 자녀 또한 그리 되기 쉽습니다.
자녀들은 자신들이 환경에서 받는 도움만큼만 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습니다.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면 하느님과 만나게 해 주는 현대의 세례자 요한, 곧 교회라는 환경에 자녀들을 넣어놓아야 합니다.
물론 이태석 신부님처럼 의사가 되어서 선교를 나가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극히 드문 일입니다.
우리가 누구와 이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자녀들의 운명이 바뀝니다.
물론 나의 운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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