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복음 : 마태오 2,13-18
< 구원받기 위해 유일하게 바라야 할 것 >
애드 실리벤의 ‘지나쳐 간 사람들’이라는 짧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욱이라는 물고기가 어느 날 거센 조류에 휩쓸려 백사장으로 떠밀려오게 되었습니다.
욱이는 당황하여 마침 자신 앞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매우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도와주고 싶지만 바쁜 일이 있어!”
욱이는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몸은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또 한 사람이 지나갈 때 발로라도 차서 바다로 다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도 생각이 많은 사람으로서 “지금 넣어줘도 넌 어차피 또 떠밀려올 거야.”라고 말하고는 가버렸습니다.
이젠 숨 쉬기조차 어려웠습니다.
그때 한 여인이 다가왔습니다.
욱이를 불쌍하게 생각한 여인은 어떻게 해서 여기에 오게 됐는지, 가정사정은 어떻게 되는 지 등을 물었습니다.
욱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아내가 있고 자녀가 있어서 꼭 돌아가야 한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다시 물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욱이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왜 물 밖으로 나오게 됐는지를 깊이 성찰하고 앞으로 그런 처지가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 것인지를 잠깐 생각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녀가 잠깐 어디 다녀온 사이 욱이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죽었기 때문이고 바다가 다시 그를 자신의 품으로 데려갔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혼잣말을 하며 기쁘게 가야 할 곳으로 향합니다.
“그래, 나는 분명히 그 물고기가 스스로 해결할 줄 알았어.
역시 내 판단이 옳았군.
앞으로 그 물고기는 절대로 바닷가로 떠밀려오는 불행을 당하지 않을 거야.
나한테 얼마나 감사해할지...”
바다가 물고기를 물 밖으로 던졌다면 그 물고기를 물 안으로 끌어들일 가장 큰 힘을 지닌 대상도 바다입니다.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에덴동산에서 내치셨다면 그들을 다시 불러들일 가장 큰 힘을 지닌 분도 하느님이십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느님의 자비’입니다.
오직 하느님의 자비만이 우리가 잃었던 행복을 되찾게 해 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끔 이 자비를 사람들 가운데서 찾기에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엔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을 살리시는 분도, 죽이시는 분도 하느님임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김수환 추기경님도 그 많은 업적을 쌓아놓고 돌아가시기 직전 신자들에게 당신을 위해 하느님의 자비를 청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우리가 기대할 유일한 것은 그분의 자비뿐입니다.
오늘은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입니다.
아기들은 다 죄가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과 동시대에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이들은 죽임을 당했고 교회는 이들을 순교자라 칭합니다.
자신의 의지로 순교한 것이 아닌데도 순교자라 말합니다.
모세가 태어날 때 남자 아이들이 다 나일강에 죽임을 당했을 때처럼 예수님이 태어나실 때도 사탄의 무리의 시기심 때문에 누군가는 죽어야 했는데, 죄 없는 아기들이 그렇게 희생되어야 했던 것입니다.
그들이 구원되기 위해 했던 행위는 무엇일까요?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당신과 연관되어 죽임을 당한 그들을 그냥 놓아두실 수 없으십니다.
그래서 그들을 교회를 통해 순교자로 올려주신 것입니다.
그 아이들은 그리스도 때문에 죽었고 그래서 그리스도로부터 자비를 얻었습니다.
구원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느님의 자비’, 그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자비를 얻는 유일한 길은 그분 때문에 죽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못 박혔던 이들 중 하나는 하느님의 자비를 믿었고 하나는 믿지 못했습니다.
나의 행위가 구원에 어떤 도움이 된다고 믿으면 하느님 자비에 대한 믿음이 약해집니다.
구원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구원받기 위해, 구원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그분의 자비만이 우리를 구원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분의 자비를 얻는 길은 그분을 위해 우리 자신을 희생하는 것뿐입니다.
오늘 죄 없는 아기들이 그리스도 때문에 죽어서 오직 그분의 자비로 구원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면 우리도 그리스도께 자비를 얻기 위해 무언가 하는 것이 구원을 위한 가장 완전한 길일 것입니다.
오늘 내가 그분의 자비를 얻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