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복음 : 마태오 10,17-22
< 십자가 뺀 긍정은 망상이다 >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 정말 구원을 받을까요?
우리는 어쩌면 믿음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믿음이 나의 일상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면 그것은 믿음이 아닌 망상입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자기 스스로에게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하면, 어떤 때는 그것이 좋은 믿음이 되고 어떤 때는 망상이 됩니다.
어떤 때 망상이 되냐면 잘 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으려 할 때 망상이 됩니다.
다 잘 되기 위해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노력을 우리는 한 마디로 ‘십자가’라 칭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십자가를 뺀 긍정은 믿음이 아니라 망상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셔서 “나는 구원자다!”라고 믿으시고 십자가를 지시지 않으셨다면 그 믿음도 다를 바가 없었을 것입니다.
노력 없이 잘 되는 일은 없습니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물이 땅에서 하늘로 흐르기를 바라는 것보다 어리석습니다.
지금 연예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유재석 씨는 젊은 날 오랜 기간 무명으로 버텨야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그는 최고의 자리를 꿈꾸며 언젠가는 잘 될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가 그런 생각만 하고 무작정 버티기만 했다면 지금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그는 그 날을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했습니다.
그는 술과 담배는 일절 하지 않고, 커피와 자장면도 먹지 않습니다.
유일한 취미가 있다면 체력관리를 위한 운동뿐이라고 합니다.
‘저렇게 살려면 뭐 하러 성공하려고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누구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습니다.
김상운 저자의 ‘왓칭 2’에 이런 실험내용이 나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한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입니다.
한 문제를 놓고 3부류로 나누어 실험에 참가합니다.
1번 부류는 문제가 이미 풀렸다는 긍정적 상상을 하고 나서 문제를 접하게 했고, 2번 부류는 문제를 바로 직면하여 풀었으며, 3번 부류는 문제가 이미 풀렸다는 상상을 하게 한 다음, 그 문제가 어떻게 풀렸을지도 상상해보게 하였습니다.
가장 문제를 풀지 못한 부류는 1번이었습니다.
문제가 쉽게 풀릴 거란 헛된 망상만 가지고 있으니 조그마한 어려움이 닥치자 금방 지쳐버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문제를 효율적으로 잘 풀었던 사람들은 3번 부류였습니다.
풀릴 것이란 믿음과 함께 그 문제를 풀기 위해 겪어야하는 어려움까지도 예상을 했기에 포기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가족이 하늘나라에 가기 위한 마음가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에서 천국에 들어가는 것만큼 성공한 삶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세상적으로 성공하더라도 마지막 심판 때 주님께서 우리를 모른다고 하시면 완전히 실패한 인생이고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을 뻔한 인생입니다.
이런 성공을 바란다면 우리는 이 성공을 위해 매일매일이 절제의 삶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도 수없이 자기관리에 열중해야하는데,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에 성탄절 다음 날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 축일을 지내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스테파노 성인은 순교 이전에도 은총과 능력으로 큰 이적과 표징들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한 순간에 순교하여 성인이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매일매일이 합쳐져서 순교의 영예까지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죽음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것 없이는 얻을 수 없는 성공이 하느님 나라의 성취기 때문입니다.
스테파노 성인을 포함한 모든 성인들은 주님의 나라에 들어갈 확신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리도 또한 그 과정에 십자가의 길이 반드시 있을 것임도 알았습니다.
이것이 망상이 아닌 믿음의 삶입니다.
믿으면 다 이루어집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도 10분도 안 하고 천국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 무한긍정은 망상에 불과합니다.
믿음은 매일매일의 삶을 철저하게 바꾸어놓습니다.
우리는 믿고 살아가는 것인지, 망상 속에서 살아가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믿는다면 오늘 하루 내가 믿는 믿음을 위해 어떤 십자가를 지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믿음이란 빛을 향하면 십자가란 그림자가 반드시 생기게 마련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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