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복음 : 루카 2,1-14
"오늘 너희를 위하여 구원자가 태어나셨다."
<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 >
요즘 참 보기 좋은 두 쌍의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부부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란 영화에 나오는 76년간 부부생활을 해 왔던 노부부이고, 또 다른 한 부부는 ‘힐링캠프’에 나온 기부천사 ‘션과 정혜영’ 부부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현대인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 부부들의 변하지 않는 사랑 때문입니다.
정혜영씨는 아이를 넷이나 키우면서도 점점 더 남편 션이 좋아진다고 말합니다.
이 남편들은 어떻게 했기에 아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는 오랜 세월 함께 걸어왔던 한 노부부가 이별을 준비합니다.
마지막 할아버지가 9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때 할머니는 눈 내리는 추운 무덤 앞에 주저앉아서 “우리 영감 불쌍해서 어떻게 해... 생각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라며 슬피 우십니다.
밤새 기침만 하시고 힘도 다 떨어진 98세 노인이 평생 부인에게 어떻게 했기에 76년이나 함께 살았음에도 죽음을 그렇게 슬퍼하는 것일까요?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할머니 집에 들어와 일을 하다가 할머니가 14세 때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3년 동안 같은 방을 쓰면서도 할머니를 건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잘 때 얼굴을 쓰다듬는 것뿐이었습니다.
할머니가 17살이 되어서 할머니가 스스로 원하게 되었을 때 진정한 부부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린 신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영화 내내 이 할아버지의 그 순수했던 사랑이 변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에게는 오직 할머니 밖에는 없습니다.
낙엽을 던지며 혹은 물을 뿌리며 장난을 치지만 꽃을 꺾어 할머니에게 건네주는 모습은 신혼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할아버지는 한결같이 할머니를 사랑해 오셨던 것입니다.
이 할아버지의 변함이 없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다른 사람은 못 믿어도 할아버지만은 믿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션도 정혜영에게 마찬가지입니다.
가수와 연기자로 만나 대한민국 대표 잉꼬부부로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는 부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션은 아내와 함께 10년 동안 35억을 기부하였고 지금도 더 많은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뼈가 부서져라 달리고 있습니다.
션의 아내 정혜영씨는 매일매일 남편이 더 사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에 대한 사랑을 의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션의 한결같음이 아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고 그가 하는 모든 일에 동의를 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션은 결혼을 때도 외적인 것 때문에 결혼의 참 의미가 퇴색될까봐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비록 전셋집에 살지만 더 불쌍한 이들을 돕기 위해 모든 힘을 쏟습니다.
그에게 항상 첫째가 아내이고 둘째가 가족이며 셋째가 가난한 이들입니다.
이것을 철저히 믿게 생활하기 때문에 정혜영씨는 혼자 아이 넷을 키우며 전셋집에 살아도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단 1초도 션과 결혼한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아주 단순한 말 같지만 또한 가장 하기 힘든 일은 남편이 아내에게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켜야만 합니다.
작은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 습관화되다 보면 그 사람 자체에 믿음이 가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아내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반드시 실현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면 아내의 믿음은 더 큰 사랑이 되어 남편에게 향하게 됩니다.
믿음이 없는 분위기에서는 외적인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지더라도 절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옛날 도둑 셋이 의형제를 맺고 생사고락을 같이 하기로 맹세했습니다.
어느 날 부잣집을 털어서 큰돈을 소유하고는 서로 욕심이 생겼습니다.
한 도둑이 술을 사러 마을로 간 사이에 두 사람이 의논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저놈을 죽이고 둘이서 나누면 몫이 더 많아질 것이 아닌가?
그러나 한 도둑, 역시 생각이 있었습니다.
두 놈을 다 죽이면 모두가 내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는 길에 술에 독을 타서 가지고 왔고, 두 도둑은 술을 사온 형제를 돌로 때려 죽였습니다.
그리고 술을 마셨습니다.
결국 하나는 돌에 맞아 죽고, 둘은 독이 든 술을 먹고 죽고 말았습니다.
남을 속여먹는 도둑이 무슨 믿음이 있겠습니까? 온 세상을 다 가진다고 하여도 도둑끼리는 믿음을 지킬 수 없어 항상 불안하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믿음이 가는 사람과 사귀어야 하는데 믿음이 가는 사람을 찾으려면 당연히 그의 말에 틀림이 없는지 시험해 봐야 합니다.
믿으려면 그가 하는 말이 틀리는지 안 틀리는지 확인을 해 보아야 하는 것은 기본인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과 관계를 맺으면서 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느님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목동들에게 나타나 구원자가 태어나셨다는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그러니까 천사가 나타난 것은 구세주 탄생의 표징이 아니란 것입니다.
그 표징을 알려 주는 역할을 할 뿐이고, 오히려 알려준 대로 구유에 누워계신 아기 예수님이 표징인 것입니다.
천사는 그저 말씀을 전하는 메신저일 뿐입니다.
진짜 표징은 그 천사의 말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엘리사벳이 성모님께 복되시다고 할 때 무엇이라고 했습니까?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즈카리야의 문제는 무엇이었습니까?
천사가 말한 것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벙어리가 되는 벌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확인될 수 있는 것을 미리부터 믿지 않고 시험해 보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목동들은 천사들의 말을 믿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반신반의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천사의 말대로 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는 확증을 얻게 되었고 믿게 되었습니다.
우리 또한 하느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에야 믿게 되고 그분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나 그 말씀이 이루어지는지 이루어지지 않는지 시험해보지도 않고 보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그분께 대한 믿음에 다다를 수 있겠습니까?
션은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라는 말을 시험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진정 주는 것이 더 행복하기에 하느님을 더 믿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천사가 나타나 마구간에 가서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보라고 해도 가지 않으려 하는 모습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믿음은 말씀이 실제로 이루어지는지 이루어지지 않는지 시험해 보는 것에서 자라납니다.
성경 말씀은 마치 천사의 말처럼 우리가 그대로 해 보라고 주어진 믿음을 증가시키기 위한 도구인 것입니다.
그리고 믿게 되면 행복해집니다.
예수님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래서 고정원씨는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유영철을 자신의 양자로 삼았습니다.
정말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믿었던 것입니다.
그랬더니 유영철로부터 피해를 입은 가족 중에 유일하게 고정원씨 가족만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고 용서하지 않은 이들은 그 미움 때문에 알코올 중독이나 자살 등으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고정원씨는 이 모든 것을 보고 그분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짐을 믿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실제로 해 보지 않으면 믿음을 증가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용서 자체를 하려는 노력을 해보지도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성경에서는 ‘항상 감사하라’고 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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