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군대의 사병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불러주는 곳이면 무조건 간다는 원칙 아래 강의 요청에 승낙했고 강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강의 시작과 동시에 들은 생각은 “괜히 왔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혼자 낙오자가 되어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씩씩한 군인의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제 강의를 열중해서 듣는 척이라도 하는 이들은 각 잡고 앞에 앉아있는 이등병들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들도 꾸벅꾸벅 졸고 있고, 고참들은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군대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이런 정신교육이 얼마나 싫은 시간이란 것을 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저를 향한 계속된 관심 없음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씩씩해야 하는 군인들이 왜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였을까요? 저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믿음이 있었다면, 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런 태도를 보일 수가 없었겠지요.
주님의 말을 우리는 얼마나 듣고 있을까요? 우리의 주님께 대한 관심과 믿음은 어느 정도일까요? 그냥 억지로 주님의 이름만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또 하나의 실망을 안기고 있는 우리는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성모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예수님 잉태소식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 잉태소식을 들을 때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을 잘 알고 있었을까요? 몰랐을까요? 만약 하느님을 모르는 상태에서 천사를 만났다면, 깜짝 놀라면서 “귀신이야~~~”하면서 도망가셨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성모님께서 도망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하면서 겸손한 자세로 소명을 받아들이십니다. 하느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가능했던 이유는 평소에 이미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래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성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우리의 주님께 대한 믿음을 다시금 점검해 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주님을 외면하면서 실망시키는 모습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그 뜻을 잘 실천하면서 큰 기쁨을 드릴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다시 오심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를 보다 더 거룩한 시기가 될 수 있도록 주님께 가까이 가는 노력을 기울여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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