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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2-18 조회수 : 282

작년부터 저와 함께 갑곶성지에 살고 있는 신부님이 계십니다. 50주년 기념 영성센터장으로 신부님이 한 분 오셔서 함께 살고 있지요. 그런데 같이 식사를 하다가 특이한 점을 하나 볼 수 있었습니다. 글쎄 삼겹살을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그런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이상해 보였습니다. 회를 잘 먹지 못하는 사람이 초고추장 맛으로 먹는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면서, 고기를 잘 먹지 못해서 초고추장 맛으로 고기를 먹는 건가 싶었지요. 그러나 이 신부님은 누구보다도 고기를 좋아했고, 고기의 맛에 대해서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단지 맛의 취향이 다를 분이었습니다. 

사실 보통 삼겹살은 새우젓과 함께 또는 기름소금에 찍어서 먹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일까요? 맛이라는 것은 자기만 느끼고 알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보편화 시켜서 제대로 맛을 안다고 또 모른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새우젓과 기름소금에 삼겹살을 먹는 것이나,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으나 상관이 없습니다.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뿐이고 그저 맛있게만 먹으면 되는 것입니다. 

종종 집단생활을 위해서는 개별성을 지워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러나 그 개별의 성격들이 모여서 창의적인 집단을 만들게 됩니다. 집단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한 개인을 틀렸다라고 판단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섣부른 판단보다는 타인에 대한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전거 페달을 떠올려 보십시오. 내 생각만 옳다며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바로 자전거 페달의 한쪽만 돌리겠다는 모습과 같습니다. 가능할까요? 가능하지 않습니다. 한쪽을 멈추게 되면 자전거는 멈출 수밖에 없고 따라서 넘어지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할 때 함께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도 결국 멈추고 넘어집니다. 

결혼 전에 아기를 가진 성모님과 파혼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꿈에 나타난 주님의 천사의 말을 듣고서 아내로 맞이한 요셉 성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시 결혼 전에 아기를 가졌다는 것은 간음했다는 증거였습니다. 따라서 공동체에 신고를 해서 공개처형하는 것이 집단의 법칙이었지요. 그러나 요셉 성인은 이 집단의 법칙을 따르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주님의 뜻을 따르고 있음을 우리들에게 보여줍니다. 그 결과 우리 모두를 구원할 예수님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뜻이 함께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닫혀 있는 마음으로는 주님의 뜻이 이 땅에 펼쳐질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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