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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2-17 조회수 : 285

한 15년 전에 인천교구 사제 자선 바자회를 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사제들이 나서서 자신의 애장품들을 내어놓았습니다. 정말로 많은 물건들이 모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제들이라 그런지 그 물건에 대한 가격 책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주최를 했던 사제들끼리 모여서 값을 알 수 없는 비싸 보이는 물건, 그리고 소중한 물건으로 보이는 물건은 특별히 경매 처리했습니다.

어떤 신부님께서 내신 물건이 10만원에 팔렸습니다. 워낙 모든 물건들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기 때문에 10만원이면 정말로 비싼 가격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바자회가 끝난 뒤에 기증을 해주신 신부님께 이 가격에 팔렸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거 100만원도 넘는 건데 겨우 10만원에 팔았어?”

이 물건의 가치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물건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면 높은 액수로 경매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가치를 몰랐기 때문에 원래의 가치에 맞게 낙찰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가치를 모르면 싸구려 취급을 받고, 배척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치를 알게 되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물론이고 애지중지 할 것입니다. 이 사실은 특정한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지요. 우리는 그 누구도 함부로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그 사람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섣부른 판단과 단죄를 반복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의 가치 역시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 시기의 두 번째 부분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복음은 그 시작에 맞춰서 마태오 복음의 첫 장인 예수님의 족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되고 있음을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제 죄로 물들어 있는 이 세상 모두의 구원을 위해 직접 인간이 되어 이 땅에 오신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가장 큰 은총이 이 세상에 왔습니다. 그리고 그 큰 은총은 역사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는 것과 같이 계속해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은총을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을까요? 혹시 하느님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 하느님의 뜻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가치를 알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느님의 뜻에 따를 수 있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지금 역시 계속되는 하느님의 은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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