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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2-06 조회수 : 447

12월 6일 [대림 제1주간 목요일] 
 
복음 : 마태오 7,21.24-27

< 인간관계의 두 바탕, 감정과 의지 >

“가장 얻기 쉬운 것도 사람이고, 가장 잃기 쉬운 것도 사람이다.”란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너무 쉽게 얻으려하기에, 쉽게 잃게 되는 것이 사람일 수도 있겠습니다.
     
노멀 블로그라는 연애 상담을 하는 사람의 블로그에 올라온 예화 중 하나입니다. 
어떤 분이 자신이 다니는 병원의 간호사를 좋아하는데 고백을 해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해 주는 사람은 그 여자의 생일이나 이름을 한자로 쓸 줄 아느냐고 물어봅니다. 
물론 남자는 모릅니다. 
그러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줍니다.  
 
연애의 목적이 빨리 그 사람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합니다.
이것은 마치 시험을 보는데 준비도 하지 않고 빨리 치러버리려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시험은 망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알아가는 것도 마치 시험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차근차근 상대를 알아가려는 노력 없이 무작정 시험만 치르려한다면 그런 관계가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떤 기관에서 연애결혼과 중매결혼의 만족도를 조사했다고 합니다. 
결혼 초에 연애결혼한 부부의 애정 척도는 91점 만점의 70점이었고, 중매로 결혼한 부부는 91점 만점의 58점이었다고 합니다. 
연애결혼이 신혼 때는 훨씬 행복한 것입니다.

그런데 1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은 이와 반대입니다. 
중매결혼을 한 부부의 애정점수는 68점으로 연애결혼을 했던 사람들의 신혼 때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올라오지만, 연애결혼을 했던 사람들의 애정척도는 40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거의 애정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요? 
결혼할 때 기초를 다르게 세웠기 때문입니다.
연애결혼을 한 이들은 애정이란 것에 기초를 세웠고, 중매결혼을 한 이들은 의지에 기초를 세운 것입니다.  
 
연애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결혼생활에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습니다. 
애정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의지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중매결혼을 하는 부부는 서로 긴장된 상태로 맞추어나가려는 마음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시작하기에 의지가 큰 바탕이 됩니다.

이것이 비록 결혼이나 인간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예수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너무 쉽게 생각하여 “주님, 주님!” 하며 자신에게 좋은 것만 준다고 기뻐하다가는 시간이 갈수록 그분과의 관계는 무덤덤해집니다.  
 
관계는 끊임없이 서로 간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두 당사자가 맺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이 무뎌질 때 관계의 기초도 물러지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을 만나면서 그분이 주시는 좋은 것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뜻을 실천하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노력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에 바탕을 둡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그 사람을 통해 얻는 좋은 것만이 아니라 그 사람과 맞추어가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합니다.
     
서로 노력하려는 굳은 마음이 마치 반석 위에 지은 집처럼 그 관계를 오래 유지시켜 줍니다.
감정에 기초를 두면 감정은 마치 냄비가 뜨거워지고 차가워지는 것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관계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노력하려는 ‘의지’가 관계의 반석이어야 합니다.  
 
혼인은 주님께서 맺어주신 것이니 그 믿음이 의지가 되게 하면 그 혼인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의지적으로 얼마나 인내하고 참아내고 변화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느냐가 그 관계를 얼마나 지속시킬 수 있는가를 결정합니다.

이를 위해 좋은 사람들만 만나는 것은 자기 성장을 위해 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참아내기 힘든 사람을 만나며 그 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할 때 관계를 위한 근력이 강해집니다.  
 
근육은 참아낼 때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근력이 의지입니다.  
 
우리는 대인관계를 맺을 때 모래 위에 집을 짓듯 맺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반석 위에 맺는 사람인가요? 
감정에 기초를 두고 사람을 만나나요, 
의지에 기초를 두고 만나나요?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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