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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2-03 조회수 : 367

12월 3일 [대림 제1주간 월요일]
 
복음 : 마태오 8,5-11

< 꾸준한 묵상을 통해 믿음을 키우다 >

엊그제 책이 나와서 오늘은 대놓고 책에 대한 홍보를 하려합니다. 
제가 이번에 낸 책 ‘나는 왜 교회를 믿는가!’는 지금까지 제가 교회의 가르침을 묵상을 통해 이해한 모든 내용을 실었습니다.  
 
그 첫 장은 ‘믿음’입니다. 
믿음으로 구원받는데 그 믿음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믿음으로 새로 태어나는지를 저의 체험을 통해 풀어가려 했습니다.
     
부모가 아기에게 가장 사랑을 쏟을 때는 잉태되고 태어나서 젖을 뗄 때까지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 큰 사랑을 받은 것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기가 어머니로부터 젖을 먹은 것을 기억한다면 어머니가 4살 이후까지 젖을 먹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거의 4살 이전의 일은 기억을 못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을 통해 부모를 믿게 되고 자신이 인간임을 알게 되는데 사랑을 기억하지 못하면 믿음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머니를 의심한 적이 있었습니다.
길에 사는 아이를 집에서 키우려고 하는 행동이나 또 이유 없이 저희를 야단치시는 모습, 학용품 살 돈은 안 주면서 제사상은 잘 차리고, 저를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하실 때는 어머니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믿지 못하면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공부도 안 하게 되고 착하게 자라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믿는 여정을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어머니가 식사 하실 때 생선 몸통을 드시는지 대가리를 드시는지, 삼겹살 먹을 때 먼저 드시는지 마지막에 드시는지, 먹고 싶은 것을 당신이 드시는지 우리에게 먼저 주시는지 등을 관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어머니가 확실하다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믿음이 생기는 과정입니다.
     
저는 이 경험이 똑같이 하느님을 믿게 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얼마나 저희를 사랑하셨는지를 추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주님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내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보니 그렇게 어머니가 어머니임을 알기 위해 그분의 사랑을 살피는 과정처럼, 하느님께서 하느님이심을 알기 위해 그분을 살피는 과정이 ‘묵상’이라 불리는 것을 알았고 그 묵상을 통해 믿음이 생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묵상의 내용은 그분의 사랑이고 그 열매는 그분께 대한 믿음인 것입니다.

라자로가 죽었을 때 그의 여동생 마르타는 예수님께서 함께 계셨더라면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원망하였습니다. 
마르타는 예수님께서 치유해 주시면 죽을 병도 고쳐진다는 믿음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죽은 사람을 살린다거나 먼 거리에서도 병을 치유해 줄 수도 있는 분이라는 믿음까지는 도달하지 못하였습니다.
     
반면 오늘 이방인이면서 예수님을 본 적도 없는 백인대장은 마르타의 믿음보다 더 높은 수준의 믿음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백인대장의 하인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백인대장의 집으로 가려던 참이셨습니다.
그런데 백인대장은 자신의 하인들에게 자신이 명령만 내리면 하인들이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을 예로 들면서 예수님께서 굳이 자신의 집까지 오실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에 예수님은 놀라시며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예수님에 대해 더 잘 안다는 말과 같습니다. 
믿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믿게 됩니다.
그런데 백인대장은 어떻게 이스라엘의 사람들까지도 도달하지 못하는 그런 믿음과 지식에 도달할 수 있었을까요?
     
오늘 복음을 통해서 우리는 그가 매우 많은 묵상을 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주님은 시공을 초월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굳이 당신 집까지 오실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주님은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 하셨지만, 이것이 주님께서 믿음이 약한 사람을 위한 배려임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인들에게 명령하듯이 주님도 명령을 통해 기적을 행할 수 있으심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그는 주님과 자신과의 관계를, 자신과 하인과의 관계와 비교하며 묵상하였기에 주님께 대한 더 큰 믿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내는 책도 많이 부족하지만 저의 평생의 묵상의 결과들을 엮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저의 믿음에 대한 성장과정을 써서 유아세례만 받고 아직 성당에 다니지 않는 고등학생 조카에게 읽혔고 그 조카는 갑자기 믿음이 생겨 첫 영성체를 하고 주일미사를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교회를 믿어야만 하게 된 묵상이 다른 이들의 믿음을 증가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왜 성당에 다녀야 하느냐?’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묵상은 믿음을 증가시키는데, 책을 읽는 것도 묵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책을 통해 믿음이 커졌고, 이 책도 그런 작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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