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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1-08 조회수 : 303
갑곶성지를 막 개발하고 있을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직원도 없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어서 어려움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에게 많은 기쁨을 가져다주었던 것이 바로 자전거 타는 것이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서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가다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기분도 매우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고가 났습니다. 지나가던 차에 살짝 부딪쳤는데 그만 논두렁에 빠지고 만 것이지요. 이 사고로 양쪽 팔목에 골절을 입었고 깁스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 일은 많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 팔 모두 쓸 수가 없으니 물건 하나 드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당당하게 쉬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양 팔 깁스를 하고 있는 저를 보고서 배려해주셨습니다. 심지어 미사 때에 성체분배를 하기 힘들 것 같다면서, 신학교에 계신 신부님들께서 돌아가며 와주셨고, 오신 순례객들도 특별히 저를 신경써주시고 배려해주셨습니다. 

양쪽 팔목의 골절은 여러 가지 불편한 사항이 많았지만, 사실 얻은 것이 더 많았다고 생각됩니다. 즉, 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의 사랑을 아주 많이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지요. 더불어서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푹 쉬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쉼의 시간도 가질 수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고통과 시련이 찾아오면 무조건 나쁜 것으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이 고통과 시련을 제공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을 갖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하느님 아버지께 불평불만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조건 나쁜 것일까요? 이 고통과 시련을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잃어버린 양과 잃어버린 은전의 비유를 말씀해주십니다. 여기서 잃어버린 양 한 마리와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을 떠올려봅니다. 본인의 실수이든 주인의 부주의에서 나온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갔다는 것은 분명히 어렵고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나쁜 상황이라고 단정 지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기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주인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어렵고 힘들어 하는 우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그 큰 사랑으로 우리를 계속해서 찾고 계십니다. 그래서 죄로 인해서 좌절에 빠진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찾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해야 할까요? 우리 역시 나를 찾는 주님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어렵고 힘들 때, 주님의 사랑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의 사랑은 우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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