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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1-06 조회수 : 414

11월 6일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독서 : 필리피 2,5-11
복음 : 루카 14,15-24

< 특은의 저주 >
    
사람은 참으로 쉽게 교만해집니다. 
매일이 교만해짐과의 싸움입니다. 
이번에 함께 나누고 싶은 교만의 종류는 선택됨으로 인해 생기는 교만입니다.  
 
상황이 그래서 내가 선택된 것인데도 내가 잘나서 선택되었다고 믿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나를 선택해 주신 분에게 내가 무언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도움이 되어 뽑아준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도움이 되어주는 것에 대한 또 다른 보상을 요구하게 됩니다. 
선택을 받은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오히려 선택해준 분에게 무언가 요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선택해준 분은 후회를 하게 되고 다른 누군가를 그 대체자로 골라 누구든지 그 자리에 앉기만 하면 다 잘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합니다. 
그렇게 먼저 선택된 자는 자신의 교만 때문에 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경에서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이 자신들을 선택한 것이 자신들이 선택받기에 합당해서라고 착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은 이 세상에서도 그런 대접을 받아야만 한다고 여겼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 중에서도 사제, 율법학자, 바리사이파, 사두가이파 등이 특별히 더 그런 부류였습니다.  
 
자신들은 선택받은 민족의 또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사제로 선택받은 특권을 누리고 싶어 하였고, 어떤 이들은 학자로, 어떤 이들은 재물과 권력으로 그 특은을 인정받으려 하였습니다.  
 
세상에서는 돈과 명예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선택받은 자신들은 당연히 그런 특권도 누려야한다고 믿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선택하신 분은 그들이 이 세상에서 그리 잘나서가 아니라 어떤 백성이든 선택해야만 하셨기에 그들을 선택하신 것뿐이었습니다. 
그들이 이 세상에서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민족이기 때문에 그 특권을 받아도 겸손하기를 기대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 특은이 가져다주는 교만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주신 하느님의 특별한 선택은 그들에게 오히려 저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특별하게 여겨주지 않는 예수님을 죽이고 그의 사도들을 죽였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자신들은 선택받은 백성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부자이고 명예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세상의 많은 권력과 돈과 명예를 휩쓸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런 자만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 아드님의 혼인잔치 식탁에 처음으로 초대받은 이들이지만 참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 하신 예언이 이루어졌습니다.
     
“처음에 초대를 받았던 그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아무도 내 잔치 음식을 맛보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식탁의 초대에 응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식탁에는 누구든 참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대접이 아니면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 가운데 끼이느니 세상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려 합니다.  
 
그리스도와의 혼인식탁에 참석하기 보다는 밭을 갈러 가고 장가들러 갑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선택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우리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 눈먼 이들과 다리 저는 이들로 그 잔칫상을 가득 채우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에서도 이 특은의 저주에 걸려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특별히 모태신앙으로 태어난 이들이 그렇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신앙을 가지고 있기에 특별한 죄는 짓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느님 사랑에 대한 뜨거운 감사도 없습니다. 
그저 신앙을 지켜온 것에 대한 자랑스러움에 비해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총이 조금은 부족한 것이 아닌지 불만을 가집니다.  
 
하지만 죄에 빠져 있다가 뒤늦게 회개하여 세례를 받은 이들 중에는 하느님을 믿게 된 것만으로도 큰 감사를 드리며 그 기쁨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매일 미사를 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체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특권만으로도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해 합니다. 
 
신앙생활이 기쁘지 않고 미적미적 하다면 어쩌면 우리도 그 특은에 취해 교만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초대를 받았다면 합당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안되겠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실제로 잔치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우리들을 당신 아드님의 혼인잔치에 참여케 해 주신 주님을 찬미합시다. 
부당한데도 초대받았다고 느끼는 사람들만이 잔칫상에 앉게 됩니다. 
이것이 선택받고 초대받은 사람들이 걸려드는 교만의 저주에 빠져들지 않는 유일한 길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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