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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29 조회수 : 476

10월 29일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복음: 루카 13,10-17

< 무겁게 하는 사람, 가볍게 하는 사람 >
             
어느 영국 사람이 대서양을 건너서 뉴욕으로 가는 여객선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식사 시간이 되면 한 가지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식당에 들어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그는 가진 돈이 없기 때문에 음식을 사 먹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혼자 슬그머니 갑판으로 나와서 싸가지고 온 비스킷과 치즈를 먹곤 하였습니다.
이렇게 며칠이 지났는데,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허기진 상태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선장은 혼자 갑판 위에 앉아 있는 그에게 “왜 당신은 식사시간만 되면 여기서 비스켓만 잡수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선장님, 저에겐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 먹을 돈이 없습니다.”라고 솔직히 대답하였습니다. 
그 때에 선장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이 이 배를 탈 때 사둔 승선비 속에는 이미 식사대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음 놓고 가서 잡수십시오.”
     
그제야 비로소 그는 식당을 이용했고 겨우 한 끼의 음식을 먹으니 미국에 도착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일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어떤 사람에게는 어깨를 피게 만듭니다.  
 
별것도 아닌데 “큰일 났다!”며 불안을 조성하는 사람은 이 세상 것에 집착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세상엔 별 게 없습니다. 
오직 주님만이 가치가 있습니다.  
 
주님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고 주님을 얻으면 다 얻는 것입니다. 
이것을 모르는 것이 신앙인 입장에서는 무지(無知)입니다.  
 
알지 못해서 고통을 받고 자신의 그 근심걱정을 이웃들에게 전파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표 속에 식사권까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고통을 당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이 세상은 다 사라져버리는 허무한 것임을 알 때 고통에서 해방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안식일에 자신의 회당에서 예수님께서 병을 고쳐주신 것에 대해 회당장이 호들갑을 떱니다.
     
“일하는 날이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 와서 치료를 받으십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
     
이 회당장이 중요한 것은 안식일에 자신의 회당에서 병을 고치는 일이 벌어져 자신이 높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는 일입니다.
그에게는 회당장이란 명예가 매우 가치 있는 것이고 그 무지 때문에 사람들이 허리를 들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저마다 안식일에도 자기 소나 나귀를 구유에서 풀어 물을 먹이러 끌고 가지 않느냐? 
그렇다면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를 사탄이 무려 열여덟 해 동안이나 묶어 놓았는데, 안식일일지라도 그 속박에서 풀어 주어야 하지 않느냐?”
    
예수님의 적대자들이란 이 세상 것들에 대한 욕망을 믿음의 자녀들에게 강요하여 그들이 허리를 들지 못하게 만드는 자들입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허무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는 자들이 예수님의 적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까지 세상 것들에 의해 짓눌리게 합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로부터 욕 좀 먹으면 어떻습니까? 
주님께 인정받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가난해지면 어떻습니까? 
그냥 가난하게 살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명예를 조금 잃으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처음부터 명예를 지니고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처음엔 이런 모든 것들이 하나도 없어도 부모만 함께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었는데 왜 그런 것들에 짓눌리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세상이 그런 돈과 명예가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믿어버렸기 때문입니다. ​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것들로부터 풀어주시기 위해 오신 분입니다. 
그분 앞에서는 허리가 굽은 사람들이 허리를 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세상 짓눌림으로부터 해방시켜 주는 것이 안식일의 참 의미입니다.  
 
안식일은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이 중요함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예전 개그만 최양락 씨가 “괜찮아유 ~~ 뭐 ~~ 죽으면 되쥬 ~~”라는 패턴의 개그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웃집 사람이 놀러 와서 집의 귀중한 그릇을 깼을 때 안타까워하면서도 조각을 다시 떨어뜨리며 이렇게 말해줍니다. 
 
“괜찮아유 ~ 뭐 깨지니까 그릇이쥬 ~ 튀면 공이여.”
그러면 미안해하는 이웃집 사람의 표정이 좋아집니다. 
이렇게 허리를 펴주는 것입니다. 
그런 것 없어도 살 수 있다고. 
우리에겐 주님이 함께 하신다고. 
그거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허리를 피게 해 주는 것입니다.  
 
짐을 얹어주는 사람이 되지 말고 
짐을 덜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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