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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27 조회수 : 397

10월 27일 [연중 제29주간 토요일] 
 
복음:루카 13,1-9 
 
< 내가 타인과 섞일 수 없는 이유 > 

요즘 어떤 치킨 회사 간부의 갑질이 뉴스에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갑질은 끊이지 않는 뉴스의 주 단골 고객입니다.  
 
그런데 갑질은 어디서 비롯될까요? 
자신들이 가진 것이 가치 있다고 믿는데서 옵니다.  
 
돈이 가치 있다고 믿으면 돈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의 차별을 둘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그렇게 특별하게 보아주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심지어 폭력까지 쓰게 됩니다.  
 
혹은 명예를 가치 있다고 믿는 이들은 보통 사람 취급을 당하면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하며 분노합니다.  
 
세상 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할 때 그 사람 안에서의 인간의 존엄성은 이렇게 파괴되고 맙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과 섞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인간과 비교도 될 수 없는 분이 인간과 섞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것이고 그 인간이 되신 분이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와 한 몸을 이루셨습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인간과 섞이기를 원치 않으셨다면 세상에 오시지 않으셨고 그러면 구원은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시면서도 당신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 칭하셨습니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로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 중 하나로 여겨지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이것이 성령의 열매입니다. 
성령께서 들어오시면 성령께서는 나의 특별함을 지우시고 사람들과 섞이게 만드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여 자신들이 바치려던 제물을 자신들의 피로 물들이게 만든 일이나, 실로암 탑이 무너져 죽은 예루살렘의 열여덟 사람이 다 회개하지 못해서 그런 변을 당했다고 하십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종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멀리서도 제물을 바치러 올라온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볼 때 로마인들은 접촉해서도 안 되는 죄인들이었습니다.  
 
빌라도가 그들을 죽여 그들의 피가 제물에 물들었다면, 참다운 제물은 자신들을 죽여 로마 사람과 다를 바 없음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함을 예수님은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스라엘은 선민의식에 묶여 담을 둘러치고 아랍인들은 물론 내심 세상 어떤 민족과도 섞이려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교만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종교에 대한 자부심이 크기 때문에 자신들 외의 사람들을 자신들보다 낮게 보는 것입니다.  
 
탑이 교만함을 상징하는데 그 탑으로 깔려 죽은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어서 포도밭에 심겨진 한 그루의 무화과나무에 대한 비유말씀을 해 주십니다. 
그 무화과나무 한 그루만 열매를 맺지 않아 잘라버려야 할 형편인 것입니다.  
 
왜 그 한 그루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그 밭이 포도밭이기 때문입니다.  
 
포도밭에는 포도나무들이 있어야합니다.
무화과나무는 성경의 처음부터 끝까지 믿지 않으려는 교만함을 상징하는 나무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은 포도나무인데 자신만 무화과나무라 여기는 사람은 결국 회개가 일어나지 않으면 잘려나갈 것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무화과 나뭇잎으로 자신들의 몸을 가리고 서로 상대를 비방하여 에덴동산에서 쫓겨났습니다. 
같이 죄를 지어 같은 무화과 나뭇잎으로 가렸으면서도 서로 자신이 잘났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세상 누구와도 다를 바 없는 죄인임을 고백할 수 있을 때 그래서 누구도 판단할 수 없게 되면 다시 에덴동산에서 살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됩니다.

나병에 걸린 시리아 장수 나아만은 한 시골 예언자 엘리사로부터 나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요르단 강에 일곱 번 몸을 씻으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일곱은 성령의 숫자입니다.  
 
그러나 엄청난 대국의 군사 총 사령관이 한 시골 사람의 말에 순종할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의 말을 듣고 요르단 강물에 자신의 몸을 씻습니다. 
그러자 나병이 낫습니다. 
이것이 성령의 열매입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음을 아는 것이 깨끗함입니다.
자신이 가진 재산이나, 명예 등으로 다른 사람과 섞일 수 없다면 하늘나라에 들어올 수가 없습니다.  
 
하늘나라는 마치 성체가 사람 몸에 흡수되어 하나가 될 수 있듯, 세상 어떤 사람에게라도 먹혀 그 사람과 한 몸이 될 수 있는 사람들만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섞일 줄 알려면 세상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을 가치 있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돈이 가치 있다고 여기면 가난한 사람들 위에 서게 됩니다. 
자신이 가진 것이 사실 아무 가치가 없다고 느낄 때 부자이면서도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가장 보잘 것 없는 형제들과 진정으로 섞일 수 있을 때 포도밭에서 잘려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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