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형제님께서 허리를 삐끗해서 침을 맞으러 한의원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한의사 선생님께서 노란 머리의 외국인인 것입니다. 갈등이 생겼습니다. 외국인이 서양 의학이 아닌 동양 의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고, 그래서 외국인이 놓는 침에 대해서도 불신이 생기는 것입니다. 결국 침을 맞지 않고 한의원을 나왔습니다.
친한 친구에게 침 잘 놓는 곳이 혹시 있냐고 물으니 근처에 아주 용한 중국인 침술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형제님께서는 같은 외국인이라 해도 중국 침술사가 훨씬 더 낫겠지 라는 생각으로 찾아갔고, 그곳에서 침을 맞았습니다. 정말로 용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허리의 통증도 꽤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얼마 뒤, 침을 맞으러 중국 침술사를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 있는 것입니다. 옆집 사람에게 물어보니 놀라운 사실을 하나 듣게 되었습니다. 이 침술사는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정통으로 침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냥 한국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혼자서 책을 보고서 불법으로 침을 놓게 되었고, 잘못된 의료행위로 인해서 얼마 전에 추방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형제님께서는 허리의 통증이 갑자기 심해졌다고 하더군요.
앞서 의심이 들어서 그냥 나왔던 외국인 한의사 선생님은 한국의 유명 한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나왔고, 또한 그 실력도 대단해서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의로 불리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서양인은 한의사로 적합하지 않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자격 없는 돌팔이에게 치료를 받은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러한 고정관념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못할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분명 주님만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하느님 나라로 이끄시는데, 우리의 판단은 주님이 아닌 다른 것에 모든 신경을 기울입니다. 세상 속에서 그토록 귀하다고 생각하는 온갖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들이 나를 구해줄 것으로 착각하는 우리가 아닐까요?
주님께서는 이런 우리들에게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라고 말씀해주십니다. 그리고 오늘 밤 죽을 것도 모르고 이 세상에 재산을 쌓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말씀을 해주시지요.
세상의 것들은 결코 나를 구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명령하십니다. 즉, 하늘에 재화를 쌓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신앙인은 이 세상 창고에 가득 쌓아진 물건에 모든 것을 맡기고서 안심을 하는 부자의 모습이 아닙니다. 대신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그래서 주님처럼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신앙인인 것입니다.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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