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0월 1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17 조회수 : 314

제가 중학교 때, 학생들 사이에서는 어느 스포츠 브랜드 회사의 흰 양말을 신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이 흰 양말을 신은 아이들이 얼마나 멋져 보였는지 모릅니다. 또 한 편으로는 이 양말을 신고 있는 아이들이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유행을 따라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지만 이 양말을 사기에는 저의 용돈이 너무 부족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친구가 어느 집 빨랫줄에 이 양말들이 걸려있다면서 훔치자는 제안을 한 것입니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면서, 그리고 친구들에게 흰 양말을 신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면서 말이지요. 

물론 훔치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저에게 그 유혹이 얼마나 컸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 한동안 심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복장은 정말로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웠습니다. 아마 지금 이 복장이 유행이라면서 따라 하라고 하면 절대로 못할 것만 같습니다. 별 것도 아닌 것, 그러나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했던 것이 큰 유혹이 되었고 죄를 범할 수도 있었던 것이었지요. 

이처럼 자신을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할수록 고통이 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때로는 거짓말도 하게 됩니다. 또한 이를 기억해야 일관성 있게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합니다. 그래서 큰 고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쉽고 편하게 사는 법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이를 보이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크게 보이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단점도 또 장점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실천하면 됩니다. 

예수님의 꾸짖음을 받는 바리사이나 율법 교사들을 보십시오. 주님께서 지적하시는 바와 같이 그들은 남들에게 보이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행 선언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인사받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힘겨운 짐을 지어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을 낮추고 낮추어 이 땅에 직접 오셨던 것처럼, 우리 역시 주님께서 창조하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간직하면서 내 자신을 낮추고 낮추어 주님의 사랑을 세상에 보여주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나를 향해 주님께서는 어떤 선언을 하실 지를 묵상해 보셨으면 합니다. 행복 선언일까요? 불행 선언일까요? 남에게 보여주는 삶이 아닌, 주님께서 알아주시는 삶. 나의 지금 상태에서 주님의 사랑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나에 대한 주님의 말씀이 달라질 것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