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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10 조회수 : 296

이발을 할 때, 저는 주로 미장원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특별히 가는 단골집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사람이 없는 곳을 갑니다. 그래야 빨리 이발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손님 없는 곳이라 그 실력에 의심이 생깁니다. 너무 형편없는 곳이라서 손님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나름 기준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손님이 없어서 곧바로 이발을 할 수 있는 곳이고, 두 번째는 매장 안을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꾸몄는지를 봅니다. 자신의 일터를 소중하게 여기는 미용사라면 그만큼 머리손질도 정성껏 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강의를 하러 갔다가 시간이 남아서 이발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어있는 미장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이 아니라서 어디가 이발을 잘 해줄지 알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어느 미용실에 손님은 하나도 없는데 상장이 벽면에 가득 붙어 있는 것입니다. 대단한 실력자가 있는 곳이라 생각하면서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글쎄 벽면에 붙어 있는 상장은 미용에 관련된 상장이 아니라, 이분 자녀의 상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많은 착각 속에서 오해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옳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리를 제대로 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 중의 하나가 주님께 대한 기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즉, 자신이 기도를 하면 무조건 주님께서 들어주셔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신에게 필요 없는 분으로, 때로는 아예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면서 신앙을 저버리기도 합니다. 주님께 대한 우리들의 착각이고 오해입니다. 물론 청원기도가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의 뜻이 아니라, 내 뜻만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도는 결코 올바른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청합니다. 이때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가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나의 고민을 풀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과 우리의 구원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기도는 하느님의 영광이 이 땅에 드러나는 것이며,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님께 대한 더 이상의 착각과 오해에서 벗어난 참된 기도를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세상의 어떤 고통과 시련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의 큰 사랑을 보여주신 주님께 집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이제 내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찾는 기도를 바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 안에서의 만족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서의 만족을 구하는 기도를 바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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