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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10 조회수 : 438

10월 10일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복음: 루카 11,1-4

< 기도의 방법이 변하지 않는다면 > 
 
제가 삼형제 중 막내로 자랐기 때문에 통 여자와는 대화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여자와 이야기하면 놀림을 받았고 중학교 올라가니 스스로 창피한 마음이 들어 말을 걸 수조차 없었습니다.  
 
만약 누가 말을 걸어와도 오래 대화하는 법을 몰랐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여자들이 말을 걸어줄 때 나름 노력하며 대화를 해보려했지만 겉도는 대화만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남자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더 따분했습니다. 
더 두려웠던 것은 둘이 있는데 서로 할 말이 없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대화의 기술에 대한 책들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대화 방법을 열 개 추려서 적어놓고 그 종이를 지갑에 항상 넣고 다니며 되새기곤 했습니다.  
 
지금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상대가 관심 있어 하는 것을 질문하라.”
지금 보아도 대화에서 이것이 가장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어색한 순간들이 없지는 않지만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이 크게 두렵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바뀌었습니다. 
어떤 때는 침묵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혼자 이야기도 하며, 어떤 때는 들어주고, 어떤 때는 가르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상대의 말도 끊어버립니다.  
 
그렇지만 이전보다 소통을 못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말을 많이 하고 안하고가 소통의 깊이와 정비례하지는 않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대화의 기술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소통하고 싶다면 소통의 방법을 배워야합니다.
그리고 그 소통의 방법은 시간이 지나고 성장하면서 조금씩 바뀝니다.  
 
그렇다고 이전 것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소통을 하고 싶다면 그 방법을 찾아내려 하고 계속 새롭게 더 알맞은 것을 찾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웃과 소통하고 싶지 않다면 소통의 방법도 새로 찾거나 적용해보는 노력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냥 남이 물어보는 것만을 단답형으로 대답하고 침묵을 금으로 여기고 살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는 관계에 발전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기도하고 계신 예수님께 제자들이 와서 자신들에게도 기도를 가르쳐달라고 합니다. 
예수님은 청하기 전에는 기도도 가르쳐주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제자들은 분명 요한이 가르쳐 준 기도는 알고 있습니다. 
 
요한과 안드레아는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예수님의 기도법을 알려달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기도의 방법은 하나일 수 없습니다. 
기도는 하느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만나는 방법이 하나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마치 사람을 만나는 방법이 만나서 얼굴만 쳐다보는 것 하나뿐일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 때는 아이와 만나는 방식이 있고 어른이 되면 어른의 방식이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영성이 성장하고 있다면 당연히 기도하는 방법도 변하고 있어야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지금 수준에 맞는 기도법을 물어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오늘 예수님께서 주님의 기도를 알려주신 것처럼 언제나 수준에 맞는 기도법을 알려주실 것입니다.

미국과 유럽등지에서 BTS 콘서트가 있는 콘서트 장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밖에 텐트촌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콘서트를 앞에서 보기 위해 며칠 전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더 가까이서 만나기를 원한다면 그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어야 합니다. 
더 앞에서 보고 싶은데 당일에 시간 맞춰 온다면 실제로는 더 앞에서 보고 싶었다는 마음은 거짓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생활을 오래 한다고 해도 기도하는 방법에 발전이 없다면 그 신앙인은 실제로는 그런 정도에 만족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더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것은 아닌 것입니다. 
더 가까이 가고 싶으면 이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더 가까운 자리를 잡아야합니다. 
기도의 방법도 신앙이 높아질수록 더 깊게 변해갑니다.  
 
주님의 기도는 1분이면 바치지만 아빌라의 데레사는 주님의 기도 한 번 바치는데 1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께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청하는 마음입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마음이 있어야 알려주십니다.  
 
더 가까이 가려는 의지가 더 새로운 기도법을 배우는 원동력입니다. 
기도 방법도 신앙의 수준에 따라 발전해가야 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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