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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05 조회수 : 452

10월 5일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독서 : 욥기 38,1.12-21; 40,3-5
복음: 루카 10,13-16

< ​새로운 벳사이다와 코라진 > 

숲속을 지나던 사나이가 다리 잃은 여우를 보았습니다.
‘저래 가지고 어떻게 살아있을까?’ 궁금해 하고 있는데, 호랑이가 사냥한 먹이를 물고 들어와서는 실컷 먹고도 여우가 먹을 고기를 남겨 놓는 것이었습니다.  
 
이튿날도 같은 방식으로 하느님은 여우를 먹이셨습니다.
사나이는 믿음이 있었기에 하느님의 크신 선의에 깊이 탄복하며 주님을 찬미했습니다. 
 
‘하느님은 저런 여우도 살리시는 분이시구나. 하물며 당신을 믿는 나야 얼마나 잘 먹이시겠나. 지금까지 먹고 살 걱정만 하며 살아온 내가 부끄럽구나.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하게 해야 하는데.’ 
 
이렇게 생각하고 사나이는 여러 날을 주님의 섭리에 맡기며 죽치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굶어 죽어가며 죽음의 문턱에 들어섰을 때, 문득 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 거짓의 길에 들어선 자야. 참을 향해 눈을 떠라! 
병신 여우 흉낼랑은 그만두고 호랑이를 본받아라.”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본성을 말해줍니다.
애벌레는 나뭇잎을 받아들이고 나비는 꽃을 받아들입니다. 
각자가 좋은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나뭇잎을 선택하며 나비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들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이 받아들이는 것이 이미 자신을 심판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파견하시어 그분이 주시는 구원을 가져다주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코라진과 벳사이다, 그리고 카파르나움은 그분의 기적들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은 그 고을들이 구원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들 자신이 구원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스도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안에 구원이 있고 생명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구원을 위해 파견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오늘 복음은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만을 드러내시려 말씀하신 것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이 파견하시는 ‘교회’를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들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믿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거짓 신자들이 있습니다. 
 
교구청에 있을 때 “박근혜 율리아나를 박해하는 주교는 옷 벗어라.”는 푯말을 들고 교구청 앞에 연신 진을 치고 시위하던 분들을 보았습니다.
삼종기도 시간에는 틀림없이 기도하고 저녁이 되어 미사를 드리고 성체까지 영하고 돌아갔습니다. 
 
이분들을 어떻게 보아야할까요? 
죄송스럽지만 저는 오늘 예수님께서 저주하신 마을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받아들이느냐가 그 사람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물리치는 사람이며, 나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보내신 분을 물리치는 사람이다.” 
 
이분들은 정치적 신념을 교회보다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셨습니다. 
어쩌면 그런 신념들이 그분들 안에서는 다른 종교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교회는 이런저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의에 어긋나는 것 같으면 그것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이것은 정치참여가 아니라 예언자직 수행입니다. 
독재정권 때도 그랬고 4대강 때도 그랬으며,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교회 안에서 교회를 배척하는 분들이 항상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교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상 예수님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먼저 교회 안에서 그 성사의 기적을 일으킬 힘이 있음을 믿지 않는다면 어떻게 예수님의 살과 피를 모실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모시기 이전에 교회를 먼저 믿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개신교를 믿으면 그리스도를 믿어도 그분의 살과 피를 모실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교회를 파견하신 분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우리가 진정 그리스도께서 파견하신 교회를 믿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아니면 내 자신의 신념을 교회의 가르침보다 더 우선시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하겠습니다.  
 
사도신경에서도 고백하듯 교회에 대한 믿음은 구원과 직결됩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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