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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28 조회수 : 432

9월28일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복음 : 루카 9,18-22
독서 : 코헬렛 3,1-11

<그리스도인이라 불리기 위해> 
 

요즘 책 한 권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무리를 거의 1년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사실 작년 겨울쯤에 책이 마무리 되어 여러 출판사에 출판의뢰를 하였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안 되겠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처음엔 조금은 서운했습니다. 
이미 강론 집을 세 권씩이나 낸 소위 작가반열에 든 사람인데 푸대접 받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부족한 면이 있어서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년 정도 고치고 또 고치고 보니 그때 출판해 달라고 한 것은 쓰레기 수준이었음을 알았습니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1년 전 것이 초고도 아니었지만 그것이 받아들여져 책이 출판되었다면 거의 쓰레기를 출판할 뻔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1년 간 저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이 책에 더 담겼습니다. 
그때 이만큼 더 노력해야 책이 출판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매우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저 더 완성도 있는 책을 위해 하루하루 고치고 또 고치다보니 1년이란 세월과 노력이 더 투자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보다 더 만족스럽게 출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하느냐고 물으십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라 하고,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한다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이번엔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당신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베드로의 대답을 듣고 나서는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당부하십니다.
당신을 엘리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으로 잘못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하느님의 그리스도로 올바로 알려지는 것을 왜 거부하셨을까요?  
 
아직은 그리스도가 되기 위한 ‘십자가의 고통’을 받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그분을 그리스도로 믿어버리면 그분을 왕으로 모시려고 할 것이고 그렇다면 그리스도로서 우리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시는 고통을 당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십자가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완성됩니다. 
무언가 되어가는 중에 미리 축배를 들어서 모든 것을 망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그리스도이신 것을 말하지 말라고 하시고는 당신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공부를 할 때 사람들은 이미 “어유, 박사님 오셨네!”라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석사과정을 마쳤고 박사를 마치려면 머리털 다 빠져가며 논문을 써야하는 힘겨운 과정이 남았는데도 박사님이라 불러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쁠까요?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그리고 자칫 자신이 박사나 된 것처럼 거만해 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거만해지면 진정으로 박사가 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천재 났다고 말하면 언젠가는 아이들이 자신들이 천재가 아님을 알고 자포자기 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칭찬들이 자칫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런 이름을 가질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상황을 특별히 주의하셨습니다.
베드로가 십자가를 져서는 안 된다고 말할 때 ‘사탄’이라고까지 말씀하시며 그리스도라는 명칭에 걸맞기 위해 반드시 피땀을 흘리셔야함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요즘은 웬만하면 ‘선생님’이라 불리고, 또 웬만하면 ‘사장님’이라 불립니다. 
우리 또한 쉽게 ‘신앙인’, 혹은 ‘단장님, 회장님’ 등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예전에 ‘그리스도인’이라 불리던 이들은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된 이들을 지칭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아니, 내가 그 이름에 합당한 수준이 되기까지 그렇게 불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에 알맞은 실력을 갖춰야합니다. 
 
신학생 때 한 교수 신부님이 말씀하시길, 7년간이나 사제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면 그 사제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전문성을 갖춰야한다고 하셨습니다.  
 
한 분야를 7년 동안 배웠다면 그 방면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아야만 합니다. 
성경에 대해 평신도들이 더 잘 알고, 기도도 평신도들이 더 잘 한다면 사제라고 불리는 것에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7년 동안 신학교에서 잘만 버티면 사제가 되는 줄 알았던 저와 많은 신학생들에겐 참 충격적인 말이었습니다.
신앙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참 신앙인이 되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면 삼사십 년 신앙생활 한 사람들은 거의 도사 수준이 되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리스도인이라 불리기를 주저하지 않아 발전을 멈추었을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도 그러하셨듯이 우리 또한 그리스도인이란 이름에 합당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십자가의 길을 가는 신앙인들이어야 하겠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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