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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18 조회수 : 530

9월18일 [연중 제24주간 화요일] 
 
복음: 루카 7,11-17

< ​영성적 메타인지 > 
 
아이큐(IQ)가 좋아야 공부를 잘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공부를 잘하기 위해 가장 향상시켜야 할 것이라고 믿어지는 대상은 ‘메타인지’입니다.  
 
메타인지란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1970년대 심리학자 존 플라벨(U. H. Flavell)이 정의한 개념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를 아는 능력이 성적을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몰랐던 것이 이것이었습니다.
저는 수학 문제집을 다 풀고 외울 줄 알면 성적이 잘 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잘 나왔지만 응용된 문제가 나오자 하나도 풀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1년 반을 교과서를 안 보고 문제만 풀었던 것이 아주 안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제가 모르는 것은 수학의 원리였는데 원리를 모르고 있다는 것은 외면한 채 문제풀이 능력만 향상시켰기에 학력고사 시험을 망치게 되었습니다. 
 
메타인지 능력이 좋은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별하여, 아는 것은 발전시키고 모르는 것은 보완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합니다. 
아는 것만을 더 잘 하기 위해 노력하다가는 모르는 것을 아주 모르게 되는 구멍이 뚫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나를 아는 것이 나를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자신을 아는 메타인지 능력은 비단 공부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에서도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고해성사를 보시는 많은 분들이 용서하기 매우 어려운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피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견디는 게 좋은지에 대해 물어보십니다.  
 
그걸 사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시니까 끝까지 견디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다가는 견딜 수 없게 돼 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피하는 게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다가는 자신의 관계 맺는 능력을 향상시킬 기회를 전혀 잡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견디기 힘든 사람을 견뎌야 하는지 피해야 하는지는 본인이 결정해야합니다. 
본인이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견디는 게 좋고 아직은 그럴 힘이 없다면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본인만 아는 것입니다. 
본인의 능력에 따라 대처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인의 과부는 진정 자신의 능력을 잘 아는 여인이었습니다. 
복음만 읽어보면 마치 예수님께서 과부와 그 죽은 아들이 불쌍해서 과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를 살려주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왜 불쌍하게 죽는 이들은 모두 살려주시지 않으실까요?  
 
예수님은 여인의 믿음도 보신 것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어디에서도 기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받을 마음이 없는데 선물을 주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들은 이미 죽었으니 아들의 믿음이 아니라 어머니의 믿음을 보신 것이 확실합니다.  
 
오늘 복음에 어머니의 믿음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 같지만 예수님의 이 말에 어머니의 큰 믿음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그러자 죽은 이가 일어나 앉아서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그 어머니에게 ‘돌려주셨다.’” 
 
“돌려주셨다.”는 말 안에는 어머니가 예수님께 먼저 “맡겨 드렸다.”는 말이 전제됩니다. 
맡겨 드렸다는 말은 어머니의 능력으로는 안 되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줄 알았다는 것입니다.  
 
나인의 과부는 자신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사람은 맡길 줄 압니다.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어서 하느님께 맡기는 것을 ‘믿음’이라고 합니다. 
영성에서 가장 중요한 메타인지 능력은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이 능력이 있어야 더 믿게 됩니다. 
자신의 능력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만 믿습니다.

나의 무력함을 알아야 주님을 더 믿고 의탁하게 됩니다. 
나의 능력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주님의 능력을 온전하게 신뢰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가 부모에게 하는 것처럼 자신의 힘으로 하려하지 말고 온전히 주님께 맡겨드립시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부모님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어린이와 같은 마음이 영성적으로는 가장 높은 메타인지 능력을 가진 신앙인입니다.  
 
나인의 과부처럼 내 힘으로 안 되는 것을 맡겨드립시다. 
그리고 그분께서 무엇으로 돌려주시는 지만을 기대합시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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