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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8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08 조회수 : 430

9월8일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복음:마태오 1,1-16.18-23

< 동정성은 하늘을 상징한다 >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오는 어두운 날이었습니다. 
미사를 마치고 신자 분들이 다 돌아가고 난 후 저도 사제관으로 들어가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를 흠뻑 맞은 30대로 보이는 자매님이 성당 로비로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다짜고짜 “보좌신부님이시죠?”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스산한 기분을 느끼며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이 성당엔 처음 들어온 것이라고 하며  
 
“저는 서울 목동에 살고 여기는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제 안에 마귀가 사는데 좀 전에 이 성당을 지날 때 마귀가 저 안에 들어가면 보좌신부 혼자 있을 테니 상담을 받으라고 해서 들어왔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겁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아 무섭지 않은 척을 하며 그러면 집무실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잠실에 사신다고 하셨나요?”
     
말문을 열기 위해 별 생각 없이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거친 남자목소리로 바뀌며 화가 잔뜩 난 무서운 눈을 뜨며 이렇게 소리 질렀습니다.
     
“내가 언제 잠실이라고 그랬어요, 목동이라고 그랬지!”
     
겁을 집어먹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저도 더 큰 소리로, “그럼 자매님은 한 번 들은 건 다 기억해요?”라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아니지요...”라며 꼬리를 내렸습니다.  
 
선수를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점쟁이처럼 이렇게 물었습니다.
“결혼 안 하셨죠? 그리고 남자를 이기는 걸 좋아하시죠? 
그렇다고 성적인 욕망이 없지도 않죠? 
돈도 좋아하시고 인정받는 것도 좋아하시죠? 판단하는 것도 좋아하시겠고.”
     
저는 자아가 일으키는 욕망들을 읊었습니다.
그분은 고분고분 다 인정하였습니다. 
그분은 보험회사에서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었고 그렇게 남자들을 경쟁해서 이기는 걸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미혼이었고 그러나 마귀와 함께 부부처럼 산다고 했습니다. 
상상이 아니라 진짜 그런 관계를 맺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결말을 맺기 위해 이렇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원하시는 거죠? 
마귀랑 사는 걸 좋아하셔서 마귀가 나가는 걸 원치 않으시는 것 같은데.”
     
실제로 그 자매는 마귀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마귀를 불러들인 것입니다. 
인간이 자의식이 생긴 이후로는 인간이 문을 열지 않으면 마귀가 그 사람 안으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자신의 집 열쇠는 자신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자신이 마귀의 집으로 자신을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시 말했습니다. 
 
“마귀를 내쫓고 싶은 마음이 생기시면 그때 다시 오세요.” 
 
우리 신앙인들 중에서도 마음은 땅에 있기를 원하는데 하늘에 사시는 분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마음을 하늘에 두려는 결단이 없다면 위 자매님과 크게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 마리아는 이렇게 예언된 분이십니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동정녀란 말씀은 육체적인 것은 물론 영적으로도 순결하다는 뜻입니다. 
순결함은 보통 자신이 맞을 신랑을 전제하는 단어입니다. 
신랑 앞에서 다른 남자를 바랄 때 순결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순결하지 않게 만드는 장본인은 자기 자신밖에 없습니다. 
마귀가 나를 더럽힌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그 마귀를 받아들이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자기 자신으로 상징되는 뱀을 밟으신 여인입니다. 
하느님은 순결한 곳에 머무시기 때문에 자아를 죽인 하늘처럼 깨끗한 마음 안에 사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하늘에 계신”이라고 가르쳐주시며 하느님은 땅이 아니라 하늘과 같은 순결한 곳에만 계신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이 ‘하늘’이 성모님의 깨끗함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성모 마리아의 순결함은 성모 마리아께서 당신 스스로 당신 주인으로 뱀을 선택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동정은 한 번이면 사라지는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가 동정이신 것은 죄를 지었다가 씻겨져서 깨끗하다는 뜻이 아닌 아예 죄를 받아들인 적이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성모님만이 하느님을 잉태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도 하느님을 잉태하지 않으면 구원에 이를 수 없습니다. 
주님의 집이 되는 것이 곧 구원입니다. 
그렇다면 뱀을 받아들이는 일은 없어야할 것입니다.  
 
뱀은 교만과 성욕과 돈을 좋아하는 사람 안에 삽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구원의 모델이 되시는 이유는 죄와 싸우지 않고는 결코 하늘로 오를 수 없음을 보여주시기 위함입니다.  
 
뱀이 아닌 주님을 주인으로 선택하는 결단이 없는 이상 성체를 아무리 영해도 자신이 변화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각자의 마음을 하늘로 만들라고 성모님은 지금도 하늘에서 우리를 응원하고 계십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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