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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06 조회수 : 405
9월6일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복음 : 루카 5,1-11
독서 : 코린토 1서  3,18-23

< ​하느님은 온유한 사람을 찾으신다 >
 
달걀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나스룻딘의 가게에 어떤 사람이 와서 말했습니다.
“내 손 안에 뭣이 있는지 알아맞혀 보시오.”
“암시를 하나 주구려.”
“몇 가지 실마리를 풀어 드리죠. 모양은 달걀 같고, 크기는 달걀만합니다. 
달걀처럼 생겼고, 달걀 맛이 나며, 달걀 냄새가 납니다. 
안에 든 것은 노랑과 흰색으로 돼 있는데, 삶기 전에는 액체이고 삶으면 굳어집니다. 
게다가 이건 말이죠, 암탉이 낳은 겁니다.”
“아하, 알겠소! 일종의 양과자로구먼!”
     
사람은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히면 다른 진리는 볼 줄 모르는 장님이 됩니다. 
실험으로 보석상에서 수백만 원짜리 보석을 사며 이런저런 말을 시켜 정신을 혼란스럽게 한 뒤 현금 대신 백지 몇 장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보석상 주인은 그것을 받고는 다른 돈과 함께 묶어서 금고에 넣었습니다. 
그 사람이 백지를 주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백지를 주어도 현금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변하려는 마음이 변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확신은 예외의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에 변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베드로 사도는 그런 고집은 없었습니다. 
평생 고기를 잡았어도 그리고 오늘도 밤새 고기를 잡았어도 자기가 틀릴 수 있음을 알았고 자신의 확신과 반대되는 직업이 목수인 한 젊은이의 말을 따릅니다. 
그러자 기적을 체험하고 진짜 변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두지 않는 베드로를 사람 낚는 어부로 삼겠다고 하십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런 말을 합니다. 
 
“여러분 가운데 자기가 이 세상에서 지혜로운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이가 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어리석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하느님 외에는 세상 어떤 것도 지혜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지혜라면 하느님 아닌 모든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그러니 모든 피조물은 어리석음이고 인간도 그 피조물 중의 하나입니다.  
 
내가 어리석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지혜가 내 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빛은 어둠에만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한 예언자가 도회지로 주님을 회개시키려 왔는데, 처음에는 설교를 들으러 너도나도 몰려왔다가, 하나 둘씩 멀어져가더니, 끝내 한 사람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나그네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보아하니 사명을 성취할 가망이라곤 털끝만치도 없는 걸 뻔히 아실 텐데, 뭣 하러 설교는 계속하고 계시오?” 
 
예언자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습니다.
“처음엔 내가 사람들을 바꿔 놓기를 바랐었고, 지금도 줄곧 외치고 있는 건 다만 사람들이 날 바꿔놓지 못하게 하려는 거지요.” 
 
확신 없이 하는 모든 행위는 죄입니다. 
내가 하는 행위가 주님의 뜻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합니다. 
그것이 내가 겸손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그 확신도 틀릴 수 있음을 알아야합니다.
나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하는 것도 실패할 수 있고 주님 뜻에 어긋날 수 있음을 알아야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뜻에 맞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면 바꾸면 되기 때문입니다.

주님 뜻에 언제나 유연해질 수 있는 마음을 ‘온유함’이라 합니다. 
그 온유함을 만들기 위해 주님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시는 것입니다. 
온유함은 우유부단함과는 다릅니다. 
온유함은 주님 뜻에 따른 확신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고 결코 포기하는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주님 뜻이 아님을 깨닫게 되면 주저 없이 이전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유연함입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끝까지 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온유한 것이 아니라 우유부단한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물고기를 밤새 잡을 정도로 확신이 있었습니다. 
주님 뜻에 순명할 자세까지 갖추었으니 온유한 인물이었던 것입니다. 
주님은 그런 인물을 찾으십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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