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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9-05 조회수 : 435

9월5일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복음: 루카 4,38-44

<악에 무자비해야 사람에게 자비로울 수 있다> 

어린이를 사랑하여 ‘어린이날’을 제정한 아동 문학가 소파 방정환 선생의 일화입니다.
어느 날 밤, 방정환 선생의 집에 강도가 들었습니다. 
칼을 든 강도를 만난 선생은 차분히 말했습니다. 
 
“돈이 필요하면 그냥 달라고 하면 되지, 무슨 칼까지 들이대고 그러시오. 
돈이 필요하다면 내가 주겠소.”
     
너무도 부드럽고 친절한 방정환 선생의 말에 강도가 더 당황했습니다. 
선생이 준 뭉칫돈을 주섬주섬 챙겨 나가려 하는 강도에게 방정환 선생이 다시 말했습니다.
     
“이보시오. 달라고 해서 줬으면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 하지 않소.”
“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경찰에게 강도가 붙잡힌 것입니다. 
방정환 선생 집으로 들어온 경찰과 강도를 본 선생은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허허. 또 오셨네! 방금 준 돈을 벌써 다 쓰셨단 말이오.”
그러자 경찰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이 자가 여기서 강도질을 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경찰의 말을 들은 방정환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사람은 강도가 아닙니다. 사정이 딱한 것 같아 내가 그에게 돈을 주었습니다. 
내가 준 돈을 받고 고맙다고 인사까지 한 사람인데, 어떻게 저자가 강도입니까.”
     
방정환 선생의 말에 경찰은 의아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강도를 풀어주었습니다. 
경찰이 가고 나서 강도는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 나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죄와 사람은 분명 별개입니다. 
죄가 사라져도 사람은 남습니다. 
예수님도 이런 시각으로 사람을 보시는 분이셨습니다. 
 
예수님은 병에 걸린 시몬의 장모를 나무라지 않습니다. 
병 자체를 나무라십니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가까이 가시어 열을 꾸짖으시니 열이 가셨다.”
아마도 정황상 시몬의 장모는 자신의 딸은 버려둔 채 예수만 따라다니는 사위 시몬에 대해 
화가 나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시몬의 장모를 탓하시지 않고 그를 잡고 있던 열을 탓하십니다. 
장모가 아닌 그녀를 잡고 있는 열이 악이라고 판단하시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병든 사람을 대하는 예수님의 자세를 보게 됩니다. 
예수님은 사람 탓을 하지 않으십니다. 
아픈 사람에 대한 자비이고 어쩌면 그것이 당신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일 것입니다.  
 
간음하다 잡힌 여인에게도 예수님은 죄 없는 사람부터 먼저 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는 죄를 묻지 않으십니다.
     
먼저 병을 이해해야 그 사람을 치유해줄 수 있습니다. 
그 병을 얻은 사람의 탓을 먼저 하면 안 됩니다.
누구라도 그 상황이면 그 병에 걸렸을 것입니다.  
 
악이 세상에 들어왔고 그 원죄의 영향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입니다. 
자신의 노력의 한계가 있습니다. 
 
어느 집단에서 머무르려면 그 집단에서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주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누구라도 그런 상황이면 시몬의 장모처럼 그런 화병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임을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이런 자비를 지니기 위해서는 사람과 그 사람을 잡고 있는 악을 명확히 분별해야합니다. 
자비는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자비는 악의 잔악함을 명확하게 깨달을 때 나옵니다. 
악의 힘이 큼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 악에 당하는 사람에겐 자비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자칫 우리는 악에는 자비롭고 사람에게는 무자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악에는 무자비하고 사람에겐 자비로우십니다. 
악이 당신을 찬미하더라도 예수님은 악에 무자비하게 대처하십니다. 
 
“마귀들도 많은 사람에게서 나가며,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꾸짖으시며 그들이 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악은 악으로 대하고 사람은 사람으로 대해야합니다. 
악과 타협하면 사람을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은 누구도 치유해줄 수 없습니다. 
악의 잔악함을 알 때 사람을 자비롭게 대할 수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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