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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1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8-17 조회수 : 413

8월17일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복음: 마태오 19,3-12

<관계는 하느님께서 맺어주시는 것> 
 
‘TV 조선 구조신호 시그널’에서 ‘서울 법대 출신 50년 고시 폐인’이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대상은 72세의 김기두 어르신인데 경주에서 부유한 유지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 법대 66학번으로 입학하였지만 계속 고시에 낙방하여 정신분열 증상까지 겪으며 살아가시는 분입니다. 
 
지하철에서 아무도 사지 않는 칫솔을 팔고 서초동 변호사 밀집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서울대 동문 출신 법조인들에게 조금씩 기부금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는데 삶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40년 전 이혼한 아내에게 매일 수신 되지도 않는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는 돈을 붙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원치 않는다며 여러 개의 반지를 몇 년 동안 빼지 않아 손가락들은 기형으로 뒤틀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이전에 가족에게 잘못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 보속하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타인의 말을 전혀 들으려하지 않는 지나친 자기믿음에 있습니다.
자신 스스로를 왕이라 칭하고 모든 치료를 거부하며 그냥 왕국 국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지하철을 탄다고 말합니다. 
전혀 남의 말은 들으려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거의 불가능해보입니다. 
 
자신을 믿는 삶은 너무나 고단합니다.
할아버지는 왕관의 장신구를 많이도 하고 다닙니다. 
자신이 왕이지만 그 초라함은 자신만 모릅니다.  
 
자신을 왕이라 생각하니 자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이혼도 한 것이 아닙니다. 
이미 가족과의 관계가 끊긴 상태이지만 그 받지도 않는 전화기에 대고 아내와 이야기하며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 반복합니다.  
 
이렇듯 인간관계 안에서 자신을 너무 과신하면 자신도 고단한 삶을 살아갈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그 고통을 고스란히 전해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가 가진 ‘믿음’이란 기준으로 이런 저런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특별히 인간관계도 이런 믿음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그 믿음이 자신의 믿음인지 하느님의 믿음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헤어지자고 해도 자신의 믿음이 너무 큰 사람은 헤어져서는 안 된다고 믿어 폭행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관계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하느님이라고 믿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율법대로라면 어떤 이유를 대서든 아내를 버리고 싶으면 버려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관계는 하느님께서 맺어주시는 것이니 인간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혼하려는 목적은 지금의 배우자를 견디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관계를 인간이 끝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세상엔 얼마나 많은 혼자 남는 자녀들이 생겨납니까? 
이혼하려는 마음을 참고 참아서 나중에 더 깊은 사랑으로 가는 부부도 적지 않습니다.  
 
관계를 맺고 관계를 끊는 주체가 자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그 가정부터 와해되어 결국 사회의 결속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굳이 기도를 하지 않아도 상식선에서만 생각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 김기두 어르신은 누가 봐도 그렇게까지 고시에 매달리는 것이 하느님의 뜻일 것이라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40년이나 전화를 받지 않는 아내에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상식적인 일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지독한 신뢰는 이 상식선도 무너뜨립니다. 
민중의 소리는 하느님의 소리란 격언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상식선에서 아닌 것은 아니고 옳은 것은 옳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모든 관계를 보는 가장 좋은 시각은 주님께서 맺어주셨다는 믿음입니다. 
결혼은 하느님이 맺어주신 것이니 끝까지 가야한다고 믿으면 힘들고 어려운 고난도 잘 참아낼 수 있습니다.  
 
사제직도 주님께서 불러주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주님을 믿는 한에 있어서는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이 선택했다고 믿으니 흔들리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관계를 맺어주신다고 믿으면 사람에게 휘둘리지도 않습니다. 
나를 사랑해 줄 사람들은 사랑해주고, 그렇지 않을 사람들은 미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관계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 하느님으로 여기면 편합니다. 
나의 노력으로 누군가가 주려고 하지도 않는 애정을 얻겠다고 발버둥치는 삶은 얼마나 고통스럽습니까? 
 
내 모든 선택을 주님의 기준으로 바꾸어버립시다. 
우리는 그저 겸손하고 사랑하기만 하면 됩니다.
맺어주셨으면 좋은 관계이고 안 맺어주셨으면 신경 끄면 됩니다.  
 
좋은 관계란 하느님 사랑을 닮아가는 관계입니다. 
점점 더 하느님과 가까워지는 관계라면 그리고 그 사랑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면 그 관계는 확실히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관계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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