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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8일 _ 이영근 아오스딩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8-08 조회수 : 307

마태 15, 21-28(연중 18주 수)

 

오늘은 특별히 예수님의 침묵에 대해서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가나안 여인은 소리 질렀습니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에 들렸습니다.”(마태 15, 22)

  

마귀 들린 딸의 어머니는 부끄러움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외쳐댔습니다.” 어머니는 자비를 마귀 들린 딸에게 베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베풀어 달라고 간청합니다. 어머니의 아픔이 너무도 커서 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예수님께서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마태 15, 23). 그 제자들마저도 그녀를 돌려보낼 것을 재촉했습니다. 참으로 난감한 순간입니다. 

우리 역시 때로는 침묵하고 계시는 예수님 앞에서, 아니 거부당하고 있는 주님 앞에서 참으로 찹찹해지기도 합니다. 꼬인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꼬여갈 때는 하느님의 침묵이 참으로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이러한 묵묵부답의 하느님의 침묵에 배신당했다고 여기기도 하고, 상처받고 실망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로 이때가, 부르심의 순간임을 알아야 합니다. 바로 이 순간이, 당신께서 우리를 한 발짝 더 가까이 부르시는 순간임을 알아야 합니다. 바로 이 때에, 당신께서는 우리의 믿음과 사랑을 더 깊이 끌어들이고자 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가나안 여인은 바로 이 순간에, 더 간절한 마음으로, 한 걸음 더 예수님께 다가와서 꿇어 엎드려 절하였습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마태 15, 25)

  

그야말로 예수님의 침묵과 냉대와 무시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제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더 가까이 예수님께 다가 와 무릎을 꿇고 애원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주는 것은 옳지 않다.”(마태 15, 26) 하시며 또 다시 냉혹하게 거절하십니다. 이러한 모욕과 냉혹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겸손과 끈기와 믿음은 참으로 속이 저미도록 눈물겹습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 27) 

 

여인은 진정, 자신의 자격 없음을 고백합니다. 자신을 강아지로 고백하고 낮춥니다. 마땅한 권리로서의 아니라, 오로지 주님의 자비에 의탁하고 믿을 뿐입니다. 비록 이방인이라도 주인의 상아래서 자녀들과 함께 빵부스러기를 먹게 되는 구원의 섭리를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인의 겸손과 믿음, 구원의 섭리에 대한 확신은 드디어 예수님을 감동시켰습니다. 

“‘, 여인아! 참으로 네 믿음이 장하다!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낳았다.”(마태 15, 28)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침묵이 결코 단순한 거절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오히려 그분의 침묵과 냉대 속에는 당신의 놀라운 경륜과 섭리가 들어있음을 봅니다. 말없이 풍랑 속에서 뱃고물을 베개 삼아 주무셨지만, 끝내 바람과 바다를 잠재우시고 제자들의 믿음을 키우신 예수님께서는 말없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골고다로 끌려가시지만, 끝내 십자가 위에서 사랑을 완성하실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분의 침묵 앞에 좌절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그분에게 거부당하고 있다고 여겨질 때도 반항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가나안 여인처럼, 오히려 더 큰 소망을 품고, 믿음과 겸손으로 끝없이 간구해야 할 일입니다. 이 놀라운 침묵 안에 완성되어 있는 하느님의 사랑의 외침을 들어야할 일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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