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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07-22 조회수 : 345

7월22일 [연중 제16주일] 
 
예레미야 23,1-6
에페소 2,13-18
마르코 6,30-34

<휴식은 일보다 중요하다> 
 
 
대학교 시절 본당 청년들과 겨울 지리산 종주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2박 3일 코스로 기억을 하는데 저는 산행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팔딱팔딱 뛰며 올라갔습니다.  
 
저녁이 되자 무릎이 아파왔습니다. 
군대 있을 때 인대가 늘어난 적이 있는데 조금만 무리를 하면 그렇게 또 늘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여자들보다도 뒤쳐져서 환자처럼 나머지 일정을 간신히 소화해야 했습니다.  
 
휴식을 모르는 기계는 망가질 수밖에 없고,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은 휴식 없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박세리의 이름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까지 이끌어준 분은 박 선수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경기에 들어갈 때마다 박세리 선수에게 트로피를 만져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트로피가 될 것이니 갖고 가야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2005년이 되자 세계 랭킹 102위까지 추락하였습니다. 
그 슬럼프 때 “1번부터 18번 홀까지 너무 길다.”며 지쳐있다는 표현을 했습니다. 
 
이렇게 슬럼프에 빠져 있던 박세리가 미국 동부의 LPGA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개막 전날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퍼팅 연습을 하다 말고 펑펑 울었습니다. 
놀란 아버지에게 그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골프만 가르쳐 줬지, 쉬는 법은 알려 주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딸을 골퍼로 길러낸 대표적 ‘골프 대디’ 박준철 씨는 “세리에게 즐기며 골프하는 법을 가르치지 못한 게 후회됐다”고 했습니다. 
 
세계적 선수가 운동을 즐기면서 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합니다. 
어떤 운동이든 모두가 긴장하고 탈진하도록 뜁니다. 
그런데 그 수명이 길게 가냐 짧게 가냐는 운동을 즐기는 것보다는 알맞은 ‘휴식’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종류의 멈춰 서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쉬기 위해 멈추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고장 나서 어쩔 수 없이 멈춰서는 경우입니다.  
 
쉬기 위해 멈추면 휴식과 충전과 여유를 얻게 되지만 고장이 나서 멈추면 뒤늦은 후회와 회한만이 남습니다.  
 
고장 나서 멈추게 되는 경우를 ‘번-아웃(Burn-out)’ 증상이라 합니다. 
자신 안의 에너지가 다 소진되어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합쳐진 것처럼 아무 의욕이 없고 어느 것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  
 
대학입시 직전 자녀가 포기해버린다거나, 직장에 잘 다니면서도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지옥 같다고 느끼거나, 별 문제가 없는데도 밤에 일어나 혼자 울게 되는 경우가 바로 충전하는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번-아웃 현상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나서 하신 일은 무엇일까요? 
일곱째 날 ‘쉬는 일’이었습니다. 
쉼은 일의 마지막이요 열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창조를 위한 충전입니다.
하느님도 쉼이 없이는 새 창조를 하지 않으신다면 쉼 또한 일의 연속인 것입니다.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왜 그렇게 정복만 하고 다니느냐고 물었을 때 다 하고 나서 쉬기 위해 그런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디오게네스는 술통에 누워 쉬면서 ‘저는 세계를 정복하지 않고도 이미 쉬고 있는데요?’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일의 목적은 쉼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쉬지도 못하고 일하게 되는 이유는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나옵니다. 
만약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면 어쩌면 인생을 잘못 산 것입니다. 
자신이 빠져도 잘 돌아가게 해 놔야 인생을 잘 산 사람입니다.  
 
예수님도 세상에 오시자마자 떠날 준비부터 하셨습니다. 
자신이 떠나도 모든 게 잘 돌아가게 만들어야 잘 쉴 수도 있습니다.  
 
나 없이는 아무 것도 안 되는 상황에서 사는 것은 너무 큰 스트레스입니다. 
밤과 낮을 준비하여 갈마들게 하신 이유는 일과 쉼의 균형을 맞추라는 뜻에서였을 것입니다.  
 
쉬지 않으면 안 되게 창조되었음에도 우리는 쉴 줄을 모릅니다. 
일과 성취가 자신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각자는 일이 아니라 일을 안 해도 이미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쉬어야할까요? 
우선 ‘자신이 빠지면 일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합니다. 
자신이 쉬면 더 잘 돌아간다고 생각해야 쉴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모든 제자들을 다 쉬라고 하시고 당신 혼자 남으셨습니다. 
 
아마도 제자들은 자신들이 없으면 수많은 인파를 어떻게 해야 하나를 걱정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수많은 인파를 당신 혼자 감당하십니다. 
어찌 보면 제자들에게 무언가를 받는 것보다 예수님께 받는 것이 훨씬 이득입니다. 
군중들도 제자들보다 예수님을 더 원했을 것입니다.  
 
내가 빠지면 더 잘 돌아간다고 생각해야합니다.
주님께서 직접 돌보아 주시고 채워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은 ‘쉼이 기도가 되어야’합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자도 피곤하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휴가를 다녀왔는데 피곤하다고도 합니다. 
쉬는 기술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가 특별히 쉬게 해 주어야 하는 부분은 몸보다도 ‘뇌’입니다. 
뇌가 지쳐있으면 아무리 자도, 아무리 여행을 다녀도, 아무리 멍 때리고 있어도 피곤합니다.
뇌는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일을 할 때는 휴가 갈 생각을 하고, 휴가 가서는 복귀할 일이 걱정입니다. 
뇌는 일을 하지 않고 있어도 일을 하고 몸이 쉴 때도 일을 합니다. 
그러니 항상 피곤할 수밖에 없습니다. 
 
쉬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을 멈추어야합니다.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소재들과 멀리 떨어져야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한적한 곳’으로 가서 쉬라고 하셨는데 한적한 곳이란 ‘광야’를 말합니다. 
사실 광야는 쉬는 곳이 아니라 외로움과 고독을 참아내야 하는 곳입니다. 
책도 없고 영화도 없고 인터넷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는 곳이 광야입니다.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뿐입니다. 
 
예수님은 지금 기도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기도가 가장 큰 휴식이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생각을 멈추고 주님과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생각을 멈추면 기도가 시작됩니다.  
 
하루 중 광야로 가서 쉬는 것을 기도라 하고 며칠 동안 쉬면 그것이 피정이라 합니다. 
따라서 기도를 위한 시간을 낼 때는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입니다. 
기도보다 중요한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처럼 기도를 위해 소비하는 시간은 예수님께서 대신 채워주십니다. 
 
현재 교구 사제들의 피정은 일 년에 5일 정도밖에 안 됩니다. 
평일미사를 안 하면 원성이 높기 때문에 연수도 가뜩이나 많은데 피정으로 더 빠질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신자들도 사제가 피정을 간다고 하면 그 시간에 대해서는 배려해 줄 줄 알아야합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좋은 것을 주실 것입니다.  
 
휴식은 더 나은 것을 주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사제들의 피정은 신자들을 만나기 위한 피로회복과 같습니다. 
잠을 자지 않고 피곤한 얼굴로 자신을 만나러 온다면 기분이 상할 것입니다.  
 
사제가 너무 바빠서 피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그 피곤함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휴식은 일보다 더 중요합니다. 
 
세 번째 마지막으로 잘 쉬기 위해서는 ‘각자의 휴식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무 것도 신경 쓸 필요 없이 일정시간이나 일정기간 머물 수 있는 자신만의 장소를 가져야합니다. 
 
일정한 장소를 가져야 언제든 갈 수 있습니다.
성체 조배실도 괜찮고 성당이어도 괜찮고 자신만의 다락방이어도 괜찮고 산책을 할 수 있는 고즈넉한 장소여도 좋습니다.  
 
이 피난처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는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휴식의 장소를 가진 이들은 번-아웃 상황이 왔을 때 갈 곳이 있지만 그런 곳이 없는 사람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방황하게 됩니다. 
 
장소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정 시간’입니다. 
일정 시간에 공급되지 않는 휴식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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