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3일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복음: 마태오 10,16-23
<제자는 걱정하지 않는다>
‘어바웃 타임’(2013)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하는가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팀’은 성인이 되는 날 아버지 ‘빌’로부터 그 집안은 대대로 자신이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주어졌다고 말해줍니다.
실제로 그 방법대로 해 보니 과거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이후로 팀은 실수하거나 놓친 게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바로잡고 사랑하는 여인과도 결혼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내에게 알릴 수는 없습니다.
팀이 과거로 돌아가 남의 여자를 가로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살면서 시간을 되돌려 무언가를 얻게 되면 대신 잃게 되는 것도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하건, 저렇게 하건 시간이 지나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것을 깨달아갈 때 아버지가 평생을 걸쳐 깨달은 시간을 돌리며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비법을 알려줍니다.
바로 일상을 한 번 더 살아보는 것입니다.
팀은 변호사인데 재판이 있는 날은 긴장하여 출근하고 재판에 간신히 이겨 녹초가 된 상태로 집에 돌아와 곯아떨어집니다.
그런데 똑같은 하루를 한 번 더 살아보니 처음 살 때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물건을 살 때 친절하게 인사하는 점원의 얼굴에 자신도 미소가 띄워지고 법원 건물이 그렇게 아름다웠는지 몰랐다며 감탄해하고 재판 때에도 동료와 장난을 칠 정도입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돌아오니 아내까지도 고생한 남편을 기쁘게 맞아줍니다.
같은 하루인데도 마음가짐에 따라 피곤할 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깨닫습니다.
시간을 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매 순간을 이미 살아본 것처럼 현재를 즐기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걱정 근심 속에 똑 같은 하루를 힘들게 살지만 어떤 사람은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현재를 편안하게 살아갑니다.
시간여행으로 얻은 교훈은 어차피 내가 노력해봐야 바뀌는 게 없기 때문에 현재를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을 지배해보고 나서 깨닫는 것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박해를 예고하십니다.
세상이 그들을 미워하고 재판정에 넘길 것이라고 하십니다.
그래도 무슨 말을 할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들 안에서 말씀하시는 성령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할 일이란 그냥 현재를 지켜보는 것뿐입니다.
어차피 받을 박해를 피하려고도 하지 말고 어차피 주님께서 그들의 입을 통해 대신 말해 줄 것이니 미리 걱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부담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옷매무새부터 시작하여 온갖 잡다한 것에 신경을 쓰고 만나서는 끊임없이 무슨 말로 이어가야하나 부담을 갖습니다.
만남이 끝나고 나면 실제로는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처럼 허무함을 느낍니다.
박해가 오면 받고 할 말은 주님이 해 주실 테니 아무 생각 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은 당신이 시간의 주인이시기 때문에 하실 수 있는 말씀입니다.
어차피 내가 해서 더 잘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주님께서 알아서 해 주시고 그 결과는 그것이 어떻든 받아들이기만 할 마음이 있으면 됩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것은 고통스러워도 결국은 다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안 좋은 일은 내가 현재에 집중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어떤 동자가 큰 스님에게 깨달음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 함께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었는데도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도 없자 스님에게 따졌습니다.
스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미 다 알려주었는데도 무엇 때문에 따지냐고 말합니다.
밥 차려주면 먹어주었고 인사하면 받아주었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냐는 것입니다.
그때 동자스님이 골똘한 생각에 빠지자 주지스님은 크게 노하며, “이놈아, 생각을 하면 어떡해. 그럼 다 망친다!”고 소리쳤습니다.
이때 동자는 깨달았습니다.
내 안에 빠지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수 있다면 그것이 불법(佛法)이고 도(道)라는 것을.
마찬가지입니다.
걱정하고 계획하는 것은 자아가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놈이 좋은 결과를 내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어 하루를 망치게 합니다.
생각을 하지 말고 주님 뜻대로 이뤄지기를 바라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면 참다운 주님의 제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자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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