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속의 주님 체험
오늘 복음은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신 뒤에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 하는 말씀으로 끝맺음합니다.
이 발현 횟수는 오늘 우리가 읽은 요한복음서에 따른 것으로, 주간 첫날 저녁 곧 부활하신 그날 토마스를 제외한 열 제자에게 발현하심이 첫 번째(요한 20,19-23), 여드레 뒤에 토마스를 포함한 열 한 제자에게 나타나심이 두 번째(요한 20,24-29), 그리고 순서상 오늘 복음에서 일곱 제자에게 나타나신 발현이 세 번째에 해당합니다(첫 번째와 두 번째 발현 이야기가 내일모레 부활 제2주일 복음 말씀으로 봉독 됩니다).
사도이며 복음저자 요한이 제자들을 위한 예수님의 발현 기사에 횟수까지 언급하면 이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제자들이 부활 사건의 공적인 증인이 되어야 하고, 이들을 통해서 세상에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부활 사건이 널리 전파되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의 모습은 우리 신앙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제자들은 마치 주님의 부르심을 받기 이전의 상태로, 일상의 생활 또는 생업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어디, 하루 이틀의 일이겠습니까!
루카 복음서에서 보면(루카 5,1-11), 초면의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하고 말씀하시자, 베드로가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하며 어부들의 일상이 늘 그러함을 이미 전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물을 내려 놀라운 경험을 했던 과거의 일이 다시금 펼쳐집니다.
인간적으로는 또는 경험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도 주님의 도우심만 있으면, 그리고 그분의 말씀만 따르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신앙 체험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곁에 있던 제자가 “주님이십니다” 하고 일러주자,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듭니다.” 예의를 갖추기 위해 겉옷을 입고, 빨리 헤엄쳐 그분께 다가서기 위함입니다. 이것저것 계산하지 않는 베드로의 순수함이 돋보이는 모습입니다.
다른 제자들이 뭍에 내려서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빵도 있었습니다. 기이한 일입니다. 이미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예수님의 지시에 따라 방금 잡은 물고기 몇 마리가 아침 밥상에 올려졌을 뿐입니다. 실은 그것조차 예수님의 말씀에 따른 결과였으나, 제자들이 애쓴 수고의 덕으로 돌리시는 그분의 마음, 제자들의 송구스러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삭여주시려는 그분의 마음이 읽힙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주님을 체험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그분의 뜻이 담긴 말씀을 따르는 삶이 신앙생활임을 다시금 배웁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많은 어려움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현실 속에서도, 주님은 늘 우리와 함께하시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계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따라서 그 수고 또는 노력을 우리의 것으로 돌려주시며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주님께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해야 하고, 이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바로 이분이 제자들 가운데에는 “누구십니까?” 하고 감히 묻는 사람이 없었던 분, 제자들에게 약속하셨던 것처럼 우리와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십니다.
오늘 하루,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심을 믿으며, 우리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이웃을 위해 이를 드러내는, 보람 있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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