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4월 24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4-24 조회수 : 126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복음: 루카 24,35-48 

 

그는 우리를 떠난 듯 하지만 떠나지 않았습니다! 

 

 

부활대축제에 이 세상을 떠나 하느님 아버지 품으로 건너가신(pacha) 프란치스코 교황의

위대했던 신앙 여정을 묵상합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사목자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으셨습니다.

그 숱한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 교회와 백성들, 특히 당신이 살아생전 총애하셨던 가난하고 고통받는 양들을 향한 아버지 마음을 잘 표현하셨습니다. 

 

예수회 수도자로서 착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었습니다.

3년 전 이미 당신의 죽음과 장례와 관련한 유언서를 미리 작성하셨는데, 유난히 제 눈길을 끄는 대목이 두 군데입니다. 

 

“저는 언제나 저의 삶과 사제직, 주교직을 우리 주님의 어머니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 맡겨왔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저의 유해가 부활의 날을 기다리며 Santa Maria Maggiore 대성당(로마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안치되기를 바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애 내내 돋보이는 부분이 성모님에 대한 자녀답고 소박한, 그러나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신심이었습니다.

교황으로서 첫 번째 공식방문지가 성모 마리아 대성당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사목 방문하실 때, 공항으로 나가기 전, 그곳에 가셔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며,

우리나라를 성모님께 의탁했습니다.

귀국 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소녀가 전달한 꽃다발을 고이 간직하셨다가, 성모 마리아 대성당 내 성모 제단 앞에 봉헌하셨습니다. 

 

또 한가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유언서 안에서 제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은 당신 무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제 무덤은 지면에 조성되어야 하고 특별한 장식 없이 단순해야 하며, 오직 ‘Franciscus’라는 이름만 새겨지기를 바랍니다.”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예수회 수도자, 부에노스 아이레스 관구 관구장,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교구 교구장, 교황직을 거치면서 한결같이 추구하셨던 삶의 모습은 가난이요, 작음이었습니다. 

 

다들 크고 화려한 것, 엄청 대단한 것, 높디 높은 자리를 추구하는데 혈안이 된 오늘 우리를 향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생애 내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외치셨습니다. 

 

참으로 이상하지요. 이제 더 이상 교황님은 지상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우리에게 남긴 그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 사목자로서 보여주신 열정과 충실함, 선한 이미지는 더 생생히 우리 안에 남아 있고,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를 떠나셨지만, 다른 한편으로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그가 남긴 미소, 그가 보여준 가난하고 고통받는 형제들을 향한 헌신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는 떠나지 않고 우리 가운데 살아 있습니다.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그러하시듯 말입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