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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4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4-23 조회수 : 105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오늘 복음은 어제의 말씀에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특정인을 대상으로, 곧 마리아 막달레나와 몇몇 여자들과 엠마오의 두 제자에게 부활하신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셨던 예수님이 오늘은 처음으로 당신의 제자 공동체 앞에 서십니다.

특정인에게 나타나셨다는 말은 들었지만, 너무나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하였다 하는 반응으로 보아, 예수님이 부활하셨음을 믿는 제자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구원 사업을 펼치기에 앞서 협력자로서라기보다는 당신의 뒤를 이어 이 사업을 이어나갈 후계자로서 사도들을 직접 선택하시고, 사랑과 인내로 말씀과 행적을 통하여 가르쳐 왔음에도 불구하고, 더욱이 (공관 복음서에 따르면) 당신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세 차례에 걸쳐 예고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의 마음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자들이 마음을 열어 파스카의 기쁜 소식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 단계를 준비하십니다.

우선 당신이 실제로 부활하셨다는 구체적이며 물리적인 표지를 보여주시어 마음의 의혹 또는 불신을 극복하도록 이끄십니다. 먼저 당신의 몸을 직접 보여주십니다: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상흔을 내보이시면 하신 이 말씀 속에는 예수님의 답답한 마음 내지 안타까운 마음이 묻어납니다. 이어서 음식을 직접 드시는 모습까지 보여주십니다. 

심한 꾸짖음보다는 자비하신 아버지의 언어로 제자들을 부활 신앙으로 이끄시고자 합니다. 아버지의 언어는 바로 나다(그리스어로 에고 에이미’) 하는 표현에서 이미 보이기 시작합니다. 물론 문자 그대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바로 그 사람임을 밝히시려는 의도도 있으셨겠지만, 좀 더 들어가 보면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알려주셨던 당신의 이름 있는 나(히브리어로 에흐예’; 있는 그야훼’)와 언어만 다를 뿐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에서, 부활사건을 통하여 당신이 하느님이심을 확고히 드러내시려는 의도도 함께 읽어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제자들이 마음을 열어 성경을 깨닫도록 이끄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성경은 아직 신약성경이 탄생하기 이전이므로 구약성경을 가르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나에 관하여 모세의 율법과 예언서와 시편에 기록된 모든 것이 다 이루어져야 한다.” 하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그러니까 성경 어느 권의 몇 장 몇 절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니라, ‘성경 전체를 가르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가 율법 한 토막, 예언서 한 마디, 기타 작품의 이러저러한 구절에서 부분적으로 예수님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구약성경 전체에서 예수님을 찾아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서 비롯됩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만남의 역사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던지시는 하느님의 질문에 이스라엘 백성이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가운데 질문에 대한 응답의 여정이 바로 신앙생활입니다 -, 그 모든 질문과 응답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내다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구약성경은 신약성경의 공동체에게 신앙의 작품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끝으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부활의 증인으로서 수행해야 할 직무를 일러주십니다: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정녕, 성부의 뜻에 따라 당신 자신을 십자가 희생제물을 바치신 것은 죄의 용서를 위한 것이었으니, 우리가 할 일이라고는 잘못을 뉘우치며 회개하는 일뿐임을 일깨워주시며, 이를 모든 이에게 알리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따라서 부활 신앙인은 따라서 늘 회개를 앞세우며, 이웃에게 회개의 보람과 기쁨을 나누는 사람으로 자리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 지난 날 신뢰회복을 위해 펼쳤던 내 탓이오! 운동을 가슴에 새기며 이웃과의 관계를 살피는, 소신 넘치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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