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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8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4-17 조회수 : 113

주님 수난 성금요일

 

 

[말씀]

1독서(이사 52,13-53,12)

고통받는 그리스도를 묵상하면서 비로소 우리는 바빌론 유배시대에 활동했던 제2이사야의 고통받는 종의 노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빌론 땅에 유배 중인 유다 백성이 해방을 기대하고 있었을 때, 이 본문은 그 기대에 역설적인 답을 주는 작품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죄를 짊어진 한낱 이 어떻게 사람들을 악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이 신비스러운 하느님의 계획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고통받는 종의 모습에서 그리스도를 찾아내는 사람에게 모든 것은 분명합니다. 그분 안에서 죽음은 생명으로 회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2독서(히브 4,14-16; 5,7-9)

예수님이, 어떻게 구약성경에서는 겨우 접근에 이르렀을 뿐인 부분을 완벽하게 완성해 내셨는지를 밝히면서, 히브리서 저자는 시련 속에서 예수님이 보여 주신 순명 정신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은 완전한 사랑의 행위를 기대하면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십니다. 이 사랑의 행위는 바로 인간을 구원으로 이끄는 바탕이 되고 희망이 되는 동력입니다.

복음(요한 18,1-19,42)

수난 기사에서, 복음저자 요한은 다른 복음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몇몇 특징적인 점들을 그 상징성과 함께 전해줍니다. 예수님이 잡히실 때에 당신 제자들에 대한 걱정, 당신 왕국의 성격과 진리의 증인 역할에 대해 빌라도와 나누신 긴 대화, 요한에게 맡기신 당신 어머니에 대한 관심, 끝으로 복음저자가 인류를 새로 나게 하는 세례의 물에 관한 예고로 읽는 예수님의 열린 심장 이야기 등입니다. 본문 전체는 우리가 세상의 죄악에 맞서 당당하게 싸우시는 예수님의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도록 이끕니다.

 

[새김]

세상 어느 곳이든 법치국가에는 법을 척도로 판결을 내리는 법정이 있으며, 거기에는 소송과 선고의 대상이 되는 피고만이 아니라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예수님의 법정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등장하는지 살펴보고, 그들의 목소리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지켜보았으면 합니다.

 

먼저, 예루살렘 성전의 사제계급을 대표하던 사두가이들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권위가 하느님에게서 오는 권위임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하며,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에 의해 상처받고 실추된 자신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하여 보복의 기회로 삼습니다또한 정치 세력인 헤로데 당원들과 로마인들은 정치적인 권한이 영적이며 종교적인 영역을 뛰어넘는다고 강변합니다. 한편, 예수님 반대편으로 돌아선 백성들은 힘 있는 자들에 대해 대신 복수해 주기를 기다렸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 앞에서 절망감을 토로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몸소 선택하여 말씀과 행적으로 성심껏 양성해온 사도들은 어떠합니까? 그들은 예수님을 저버림으로써 지금까지 스승과의 관계를 그나마 지탱해 주던 몰이해를 드러내고 맙니다.

 

이 모든 사람에게 예수님은 이제 받아들이기 힘든 언행의 소유자가 되며, 결과적으로 이 모든 사람은 예수님 죽음에 대해 공동 책임을 지는 존재로 전락하고 맙니다. 예수님을 거슬러 던진 말과 행동 일체가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현장이 되고 만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떠합니까? 우리는 매일 매일, 정의보다는 불의가 힘을 발하고, 진실보다는 거짓이 소리를 높이며, 일치보다는 분열이 난무한 세상, 한 마디로 사랑이 짓눌리는 세상을 목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저버림을 받으신 예수님의 목소리는 지금도 우리 주위에 울려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모두, 우리의 비열한 행위와 죄스러운 무지를 통해서, 우리를 파멸로 이끄는 이 엄청난 비극의 공범자이며 동시에 희생자일 수 있습니다.

 

오늘, 율법을 완성하러 오신 우리 주님은 인간의 허술하기 그지없는 율법으로 단죄를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십니다. 죽음으로부터의 부활과 함께 주님의 구원사업은 완성의 단계로 넘어가겠지만, 완성을 말하고 찬양하기에 앞서,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서 주님의 지극한 사랑을 보며, 주님 사랑을 다짐해 봅니다. 그 사랑이 바로 구원이며, 사랑을 말하고 실천에 옮길 때마다 구원은 더욱 찬란하게 우리의 주위를 비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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