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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31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3-30 조회수 : 114

믿고 떠나갔다

 

 

요한 복음서를 읽다 보면, 지리 문제에 있어 마르코 복음서를 중심으로 한 공관 복음서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관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갈릴래아를 중심으로, 한두 번에 걸쳐 이방인 지역을 방문하기도 하여, 복음 전파 사명을 수행하시다가, 마지막 시간에야 비로소 파스카 축제에 즈음하여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나, 요한 복음서에서는 최소한 세 차례에 걸쳐, 역시 파스카 축제를 지내기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하신 것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복음 저자들의 신학적 저술 차원에서 이와 같은 차이가 빚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인 요한복음에서 그 구체적인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들도 축제를 지내러 예루살렘에 갔다가, 예수님께서 축제 때에 그곳에서 하신 모든 일을 보았기 때문이다.”

 

오늘 예수님은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신 카나를 다시 방문하십니다. 거기서 왕실 관리, (추정컨대 헤로데 안티파스 분봉왕의) 왕족 가운데 한 사람 또는 왕을 섬기는 사람을 만납니다. 예수님께 화급한 볼일이 있던 사람입니다. 카파르나움에 살고 있는 아들이 죽음 직전의 상태에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갈릴래아 지방이라 하더라도, 카나에서 카파르나움까지는 왕복 이틀 간의 거리였으니, 예수님께 그곳을 직접 방문해 달라는 부탁은 다소 결례처럼 보이면서도 그만큼 절박함을 대변하는 요청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너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 하는, 어찌 보면 소극적인 거부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왕실 관리는 주님, 제 아이가 죽기 전에 같이 내려가 주십시오.” 하고 다시 청합니다.

결국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하는 구원의 말씀이 선포되며, 이 말씀을 믿고 바로 떠납니다.

 

가는 도중에 아이의 치유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서, 관리가 보인 첫 반응은 아이 치유가 정확하게 언제 일어났는지 알아보는 일이었습니다.

어제 오후 한 시라는 대답에, 바로 그 시간, 예수님이 아이의 구원을 선포하신 그 시간임을 확인합니다. 예수님이 선사하신 이 시간은 아이는 물론 왕실 관리와 온 집안을 위한 구원의 시간이었습니다.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믿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모든 시간은 예수님이 배려하시고 마련하신 시간으로 다가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그 어떠한 시간 속에서도, 중대한 질병, 때로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는 고통스러운 문제, 경제적인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같은 상황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그분이 마련하신 섭리의 길을 걸어갈 줄 아는 자세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신앙의 자세를 다시금 점검하고 다짐하고 실천에 옮기는 사순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믿음은 물론, 하느님께서 늘 우리 편에 서계시다는 믿음, 우리의 청원을 당신의 뜻대로 꼭 들어주신다는 믿음으로, 오늘 하루 마음 든든하고 활기찬 신앙의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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