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의 완성
오늘 복음 말씀은, 마태오 복음의 그 유명한 산상 설교에서(5-7장), 예수님이 참 행복의 길을 제시하신 다음, 율법에 대한 새로운 가르침을 설파하기에 앞서 하나의 머리말처럼 던지신 말씀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율법이나 예언서를 폐지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오신 분임을 천명하십니다.
완성은 사전적으로 ‘완전히 이룸’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어떠한 방법으로 완전하게 이루신다는 말씀인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내용이 아직 부족하니 더 보완하여 완성하신다는 말씀일까?
우선, 예수님이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하고 말씀을 던지실 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정확하게 말해서 그렇게 비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전제됩니다.
예수님의 적대자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 그 가운데서도 바리사이들, 특히 율법 학자들이 예수님과 논쟁을 벌일 때, 바탕에는 늘 이와 같은 판단 또는 불신이 깔려 있었습니다. 율법을 성실히 준수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을 이행하고 섬기는 길이라 확신하고 있었던 그들에게 예수님은 율법을 경시할 뿐만 아니라 자주 어기는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따라서 그들에게 예수님은 무법 죄인과 다름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예수님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구약시대의 율법만이 아니라 예수님 시대 유다교의 율법을 완성의 길로 하나씩 하나씩 이끌어 가십니다(마태 5,21-7,27). 살인해서는 안 된다, 거짓 맹세를 해서는 안 된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아내를 버려서는 안 된다 등 십계명에 명시된 규범들을 시작으로, 자선과 기도와 단식에 이어 신앙의 기본 의식과 행위에 관한 사항들을 재론하시면서 완성의 단계로 올려놓으십니다.
군중은 율법 학자들과는 달리 권위를 가지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결국 예수님이 말씀하신 완성은 무엇인가를 덧붙이고 색칠해서 이루어내는 완성이 아니라, 율법의 근본정신으로 되돌아가는 차원의 완성을 말합니다.
하느님의 가르침(=토라)을 집대성해 율법서가 엮어졌다면, 율법 글자 하나하나에는 이미 하느님의 사랑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말씀하시고 가르치실 때는 그 대상을, 우선은 이스라엘 백성을, 나아가 모든 인간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없으셨다면 말씀하지도 가르치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성부의 뜻을 따라 사랑 때문에 이 세상에 오셨고, 그 사랑이 무엇인지를 십자가상 죽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이신, 하느님의 말씀 자체이신 예수님만이 율법을 완성으로 이끌어가실 수 있는 분임을 우리 신앙인들은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 화답하는 삶, 그것이 바로 신앙 또는 신앙생활입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준수해야 할 규정과 법규들을 하느님 사랑과 구원 의지의 구체적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실천에 옮기는 가운데, 이번 사순시기가 우리 모두에게 은혜로운 때, 구원의 시기로 머물 수 있도록 기도하며,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과 이해로 챙기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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