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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3-23 조회수 : 90

2023년 1월 16일 자로 발령받은 저는 갑곶성지를 떠나 지금의 성김대건성당으로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당황스러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외출을 나갔다가 성당에 들어오는 것이 힘든 것입니다. 성당으로 들어오는 도로를 못 찾아서 헤맬 때가 많았고, 걸어서 물건을 사러 근처 가게에 갔다가 성당 방향이 아닌 정반대로 간 적도 있었습니다. 건물이나 길이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길눈이 어둡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길치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길을 잃어버리지도 않고, 길이 헷갈리지도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많이 다녔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현재 위치를 잘 몰라도 주위의 풍경, 개략적인 지형도를 알고 있기에 손쉽게 성당을 찾아가게 됩니다.


주님께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직 그 길이 낯설기 때문입니다. 길을 알기 위해서는 주변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것처럼, 주위를 보고 많이 알아가야 주님께 가는 길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읽고, 기도와 묵상을 게을리하지 않고, 무엇보다 사랑하며 살아가야 주님께 가는 길을 훤하게 보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알지 못한다고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요? 불평불만만을 반복하면서, 주님께 가는 길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주님께 가는 길은 낯설어서는 안 됩니다. 계속 그 길을 가려는 우리의 사랑 담긴 노력으로 훤하게 알 수 있게 되면서, 그 안에서 큰 기쁨과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주님께서 사시던 시대에는 인간의 죽음을 삶의 결과로 보고 있었습니다(지금도 비슷합니다). 만약 불행하게 죽으면 그들이 지은 죄 때문이고, 편안하게 죽으면 선행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빌라도가 갈릴래아 사람들을 성전에서 학살 것을, 또 실로암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사람들을 죄의 결과로 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죄의 결과로 죽은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하신 것입니다.


죽음의 원인과 책임을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그보다 지금 이 순간 회개가 필요함을 강조하셨던 것입니다. 주님께 나아가는 길은 죽음을 통해서 평가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지금 회개하면서 사랑의 삶을 사는 사람만이 그 길에 들어서게 되고 주님 안에서 기쁨의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통해, 하느님의 기다림이 영원하지 않다고 하십니다. 맞습니다. 주님께 나아가는 길은 미뤄서는 안 되고, 지금 당장 들어서야 합니다.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 회개해서 영원한 삶을 준비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너희의 사상과 느낌 뒤에는 더욱 강력한 명령자, 알려지지 않은 현자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아’다(프리드리히 니체).


사진설명: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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