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기도
주님이 제자들에게 직접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아는 형태로는 오늘처럼 마태오 복음서에, 그리고 보다 간결한 형태로는 루카 복음서에 나옵니다(11,2-4).
그런데 루카 복음서는, 기도를 마치신 예수님께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청하자, 이 기도를 가르쳐 주셨다고 전합니다. 이렇게 볼 때, 이 주님의 기도는 주님이 평소에 직접 하시던 기도 가운데 하나였다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주님은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기에 앞서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 것을 당부하십니다. 빈말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기도, 하느님 중심이 아니라 자기 중심의 기도로 왜곡될 우려가 다분하기 때문입니다.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 하느님께 올리는 기도는 따라서 정성이 앞서야 합니다. 설득이 아니라,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주님의 기도는 먼저 하느님을 향하여,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를 부름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서의 하늘은 우주적 공간으로서의 하늘이 아니라 모든 공간을 초월하는 요소이며, 저희 아버지는 세례성사를 통해 자녀가 된 우리에게 하느님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우리 모두의 아버지임을 밝혀줍니다. 이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드러남, 아버지의 나라가 오심,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짐을 기도하도록 초대합니다. 다음, 주님의 기도는 땅을, 정확하게 말해서 땅에 살고 있는 인간을 향합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 우리의 잘못 용서, 우리가 겪는 유혹 극복과 악에서의 구원을 기도하도록 이끕니다.
그러나 기도는 올리고 나서 그대로 이루어지는지 확인해보는 작업으로 완성될 수 없는 신앙인으로서의 위대한 최소한의 몸짓입니다.
그대로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할 의무, 참여하겠다는 다짐과 아울러 실천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주님의 기도를 아멘으로 마치는 이유입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동시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 아멘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버지라는 고백에는 자녀다운 신뢰심과 함께 우리를 당신 자녀로 삼아주신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미와 흠숭의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합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드러나도록 우리가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하고, 아버지의 나라가 오도록 우리가 정의와 평화를 위해 투신해야 하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서로 사랑함으로써 언제나 하느님의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일용할 양식, 곧 그날그날 필요한 양식 외에는 이웃과 나누겠다는 결의를 다져야 하며,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기 위해서 마땅히 이웃을 용서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죄와 죽음으로 이끄는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기도로 주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악에서 해방되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내 마음의 어두운 구석들을 깨끗이하는 노력을 앞세워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여러 번에 걸쳐 주님의 기도, 예수님께서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고 일러주신 기도를 합니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를 힘차게 외치면서, 기도의 내용 가운데 한 부분만이라도 실천에 옮기는 가운데 자녀다운 모습을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드러내는 거룩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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