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땅을 향한 기나긴 여정
[말씀]
■ 제1독서(신명 26,4-10)
오늘의 신명기 독서는 뿌리 깊은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전승되어 온 이스라엘의 가장 오래된 신앙고백을 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선조 아브라함의 선택에서 자신들의 선택을 확신했으며, 하느님의 은총으로 종살이에서 해방되었다는 의식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이 백성이 품은 목표는 약속된 땅의 소유였으며, 한 백성으로 살아남기 위한 국력 또한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약속의 선물 앞에서 이스라엘은 정성껏 예배를 올리며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림은 마땅한 일이었습니다.
■ 제2독서(로마 10,8-13)
유다인들에게 하느님과의 관계는 흔히 상업적인 교환 논리, 곧 율법 준수에는 현세적인 성공이 보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논리로 해석되었으나, 이와 같은 논리는 누구에게나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의 참모습을 왜곡시킬 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도 접근 가능한 말씀이며, 이 말씀은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알리고 노예의 상태에서 해방해 주며, 하느님 앞에 진실한 모습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 복음(루카 4,1-13)
매우 상징적인 이야기를 통하여 복음저자 루카는 그리스도와 사탄을 대립관계에 있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사탄은 하느님의 말씀을 조직적으로 왜곡하여 오로지 인간을 위한, 인간 편한 대로의 말씀으로 변형시키고자 하나, 성령으로 충만하신 그리스도는 이러한 악의적 시도를 단호히 거부하십니다. 민중 선동이나 지나치게 인간적인 세력 행사 또는 믿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적 등은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벗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리스도는 순수하고 참된 사랑의 길이 무엇인지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쏟으실 뿐입니다.
[새김]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섬기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음을 말씀과 행적만이 아니라 십자가에 이르는 고통과 죽음으로 드러내 보이신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마련된 은총의 사순시기입니다.
구약의 사람들이 약속의 땅에 다다르기 위해서 내적 외적으로 무수한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것처럼, 봉사하는 삶, 사랑하는 삶으로 그리스도를 본받아 하느님과의 만남이라는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실패와 좌절을 마다하지 않는 긴 시간의 여정이 필요합니다. 사순 기간의 의미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떠한 삶이면 이 사순시기를 은총의 시기로 살아나갈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탄의 유혹 앞에서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모습을 그대로 본받으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필요 이상의 빵, 곧 물질로부터 해방되고 이웃과 나눔으로써 자유의 몸임을 드러내야 하겠습니다.
지나치게 인간적인 성취감에 도취하여 하느님이 아니라 사탄에게 엎드려 절하는 비굴함을 털어버려야 하겠습니다.
신앙인으로 살면서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고통에 굴복하여 하느님의 존재와 능력에 의심을 품는, 어떤 고통이라도 극복할 힘과 용기를 주시는 사랑의 하느님을 시험하는 못난 모습은 벗어 던져버려야 하겠습니다.
한편, 예수님은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시고, 공생활에 접어드시기 전,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유혹의 내용이 재물과 명예와 하느님 시험, 곧 신앙에 국한되어 있으나, 이것으로 악마의 유혹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사명 수행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십자가상 죽음에 이르기까지 유혹 앞에 서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명이 악마의 세력을 쳐 이기고 하느님 나라 건설에 있었기에, 유혹의 질과 양은 그만큼 깊고 컸을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더 큰 유혹 앞에 설 수 있다는, 설 수밖에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처럼, 그리고 예수님의 도움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이길 수 있는 무기와 방패는 주님의 도우심과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악마의 유혹은 늘 순수한 우리의 모습을 왜곡하거나 변형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우선은 탐욕과 명예욕과 하느님을 시험하고자 하는 잘못된 신앙 자세부터입니다.
이 사순시기, 쉽게 무너져버릴 수 있는 이러한 유혹 앞에 굴하지 않고, 주님처럼 하나씩 하나씩 이겨나가는 가운데, 본래 우리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은혜로운 때, 구원의 날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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