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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3-05 조회수 : 138

복음: 마태 6,1-6.16-18 

 

언젠가 반드시 우리 모두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기원전 5세기경, 남유다는 휘황찬란한 예루살렘 성전도 재건하고, 높고 든든한 성벽도 쌓아 올리며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차원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런 것 같습니다. 잘 나갈 때 더 겸손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데, 매사가 안정적이다 보면 즉시 나태해지고 안주하려는 경향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순간에 등장한 예언자가 있었으니 요엘이었습니다.

그는 경신례에도 밝고 언어 구사가 탁월한 문학가였습니다.

그는 옛 예언자들의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인용하며 주님의 날에 이루어질 심판과 구원을

힘차게 선포했습니다.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요엘 예언자가 불쑥 등장해서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남발하니, 군중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가야할 길을 걸어가며, 외쳐야 할 말을 가감 없이 외쳤습니다. 

 

예언자로서의 삶은 늘 외롭고 고달프고 황량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에게서 달콤한 하느님 위로의 말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격려나 칭찬, 해방의 기쁜 소식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온 말은 섬뜩하기 그지 없는 메시지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악에 대한 신랄한 고발과 강력한 경고, 공포로 가득한 멸망의 예고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가슴을 쥐어 뜯으면서 울부짖으라고 외쳤습니다. 

 

“사제들아, 자루옷을 두르고 슬피 울어라. 제단의 봉사자들아, 울부짖어라.

내 하느님의 봉사자들아, 와서 자루옷을 두르고 밤을 새워라.

너희 하느님의 집에 곡식 제물과 제주가 떨어졌다.”(요엘 1,13) 

 

그러나 요엘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계속해서 코너로 몰아넣지만은 않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있는 회개와 참된 단식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가 베풀어질 것임을 선포합니다. 

 

“주님의 말씀이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

그는 너그럽고 자비로운 이,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큰 이, 재앙을 내리다가도 후회하는 이다.”(요엘 2,12-13) 

 

요엘 예언자는 이스라엘에게 닥친 대재앙, 그로 인한 시련의 원인이 바로 자신의 죄와 부족함이라는 것을 인식하라고 가르칩니다.

또한 옷만 찢지 말고 마음을 찢어라고 강조합니다.

형식적이고 외적인 회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내적 회개를 촉구합니다.

또한 그는 특정한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회개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모두의 범국민적, 범국가적 회개를 요청했습니다. 

 

또 다시 재의 수요일입니다.

재를 머리에 얹으며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는 영원하신 하느님 앞에, 너나 할 것 없이 손톱만한 도토리들입니다.

티격태격, 아옹다옹하면서 ‘내가 더 높네. 내가 더 크네. 내가 더 대단하네.’ 외치지만, 하느님 눈에는 모두가 그놈이 그놈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잠시 떠다니다가 하느님 자비의 품을 향해 사라질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광대무변하시고 영원하신 주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하신 주님 앞에 우리는, 너무나 작고 미약한 존재라는 진리를 잊지않고 살아간다면, 우리 공동체의 삶이 한결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내가 선배인데, 내가 연장자인데, 내가 원장인데, 내가 회장인데, 하며 어깨에 힘줄 이유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나 인간 존재의 영원한 결핍성과 티끌보다 작음을 잊지 않는다면,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도 조금은 부드러워 질 것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이웃을 향한 측은지심이요, 진한 동지의식일 것입니다. 

 

재는 무엇을 상징합니까? 타고 남은 것, 아무것도 아닌 것, 무가치한 것, 허무한 것, 보잘것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재를 머리에 얹을 때 우리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쳐야겠습니다. 

 

“본래 저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습니다.

먼지요, 티끌, 무(無)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이토록 보잘것없는 제게 큰 은총을 베푸셔서 생명으로 불러주셨습니다. 

 

오늘 지금 저는 여기 서 있지만, 주님의 흘러넘치는 자비가 아니라면, 단 한 순간도 스스로 설 수 없는 미약한 존재입니다.

과거에도 저는 흙이었지만, 지금도 흙과 다름없는 존재요, 언젠가 반드시 흙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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