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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9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2-18 조회수 : 137

볼 수 있는 눈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벳사이다를 찾으십니다. 벳사이다는 어부(사이다)의 집()’을 의미하는 지명으로서, 베드로와 안드레아, 그리고 필리보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

공관복음서에 따르면, 벳사이다는 코라진과 카파르나움과 함께 예수님의 갈릴래아 선교의 중심 지역으로서, 이 세 고을에서 예수님은 복음을 전하고 기적을 많이 행하셨으나, 사람들이 회개를 거부함으로써 저주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마태 11,20-24; 루카 10,13-15).

아무튼, 사도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이 마을에서 눈먼 이 치유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예수님께서 눈먼 이의 손을 잡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심, 그의 두 눈에 침을 발으시고 그에게 손을 얹으시는 몸짓은 앞서 우리가 묵상했던 귀먹고 말 더듬는 이 치유 이야기와 매우 유사합니다. 치유 대상자의 인격을 존중하기 위한 차원과 함께 당대의 민간요법 또는 치유 능력자의 몸짓을 인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치유의 단계입니다. 일회성 말씀 또는 몸짓으로 치유의 기적이 행사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께서 두 번에 걸쳐 치유 몸짓을 보이신 것은, 효력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치유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함에 목적이 있습니다.

 

한편, 벳사이다 소경의 치유 사건은 제자들만이 목격한 사건이었으며, 제자들은 이 사건 앞에서 소경과 자신들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반성의 기회를 가졌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영적인 눈먼 상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제자로 불림을 받은 이래, 줄곧 그분 곁에서 그분의 말씀을 직접 듣고 행적을 눈여겨보아 왔음에도, 아직도 그분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아보는데 더뎠던 자신들의 모습 말입니다.

제자들에게 벳사이다의 소경 치유는 자신들이 눈을 떠 예수님께 대한 신앙고백을 가능하게 하는 은총의 토대로 이해되었을 것입니다. 마르코 복음저자의 의도적인 집필 구도가 돋보이기도 합니다.

 

귀먹고 말 더듬는 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치유 기적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뜻으로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하는 지시는, 그의 집이 벳사이다에 있었지만 집과 마을을 대조시키면서, 아직 공고히 할 때가 아님을 천명하시는 듯합니다.

당신이 메시아이심은 모든 사람이 아니라 아직은 제자들에게 한정된 가르침임을 드러냅니다. 내일 복음에서 제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리시는(마르 8,30) 이유와 상통하기도 합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하는 제자들의 신앙 고백에(내일 복음) 앞서 오늘 우리가 묵상한 벳사이다 소경 치유 이야기는, 육체적인 치유 이야기를 뛰어넘어, 제자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영적인 눈뜸 치유를 예시하는 사건입니다.

사랑과 인내심으로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주님, 완고한 마음으로 말미암이 이해하지 목하고 알아보지 못하는 제자들의 영적 더딤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가르쳐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는 일차적 신앙고백으로 이끄시는 주님을 묵상하면서, 부족한 우리를 향한 주님의 마음을 읽으며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이 그리스도, 곧 메시아이심을 말과 행동으로 널리 알리는 선교의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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