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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4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2-13 조회수 : 119

에파타!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이방인 지역인 페니키아의 티로 지역을 떠나(어제 복음 참조) 시돈을 거쳐, 요르단 건너편 데카폴리스 지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갈릴래아로 돌아오셨다 하고 그분의 선교 여정을 소개하며 말씀을 엽니다.

이 여정 소개는 예수님의 정확한 방문 장소를 적시해 준다기보다는, (오늘의) 치유 이야기와 (내일의) 빵의 기적 이야기가 갈릴래아 호수 동쪽, 곧 이교도들의 땅에서 펼쳐진 일임을 알리는 구실을 합니다.

 

이방인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예수님께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한 것을 보면, 예수님에 대한 소문은 어느 정도 퍼져 있었고, 또한 어디에나 이러한 선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남들이 볼 수 있는 그 자리를 떠나,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십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을 복음서 여러 곳에서 확인했습니다. 이는 분명 당신이 구원 능력을 소유하고 계신 메시아임이 밝혀지는 것을 아직 원치 않으시기 때문이며, 아울러 초월적인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기적 그 자체에만 집중된, 조심성 없이 호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자칫 이러한 시선이 몸이 불편한 치유 대상자의 인권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예수님은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에 혀에 손을 대십니.

이 표현이 당대의 소위 치유 능력자들의 몸짓이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제쳐 두고,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없었음에도 그렇게 하셨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특별히 치유 대상자의 육체적이며 정신적인 아픔과 고통에 함께하고 계신 예수님을 봅니다귀가 막혀 듣지 못하고 혀가 묶여 말을 더듬는 그 서러운 마음까지 치유하고 계신 겁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에파타(예수님 시대의 언어인 아람어로서, “열려라를 의미)라는 말씀으로 막히고 묶인 데에서 이 사람을 풀어주십니다, 곧 해방시켜 주십니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 하는 사람들의 환호는 메시아를 예고했던 예언자들, 그 가운데 특히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성취로 이끕니다(이사 35장 참조).

이처럼 예수님은 말씀 하나하나로, 몸짓 하나하나로 당신이 메시아이심을 밝혀나가시나, 이를 알아보고 고백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에파타가 절실합니다.

 

아무리 우리의 귀가 멀쩡하여 듣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여도, 정작 우리가 듣고 실천에 옮겨야 할 주님의 말씀을 듣는 데 인색하다면, 진정 에파타 은총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우리의 혀가 풀려 있어 말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여도, 우리의 입에서 해서는 안 될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면, 정말 에파타 은총이 필요합니다.

덧붙여서, 아무리 우리의 눈이 밝아 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여도, 이웃을 나와 동등한 인격의 소유자로 보지 못한다면, 나아가 나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애써 보지 못한다면, 결단코 에파타 은총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에파타 은총을 부여받은 사람들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귀와, 주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혀를 선사받은 사람들입니다.

오늘 하루, 오로지 주님의 말씀에 귀기울이고 주님의 말씀을 전하는 가운데, 신앙인다운 모습을 뽐내는 자랑스러운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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