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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3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2-13 조회수 : 150

보편적 식탁

 

 

오늘 예수님은 티로 지역을 방문하십니다.

앞서 요르단 건너편 데카폴리스 지방을 방문하여 군대라는 이름을 가진 마귀 들린 이를 치유하신 적이 있지만, 오늘은 페니키아(지금의 레바론)의 해양 도시 티로를 찾으십니다. 티로는 같은 해양 도시인 시돈과 함께 자주 언급되는 곳입니다(내일 복음 참조).

율법은 이교도 지역을 방문하거나 이교도를 만나는 행위를 철저히 금하고 있기에, 예수님은 분명 율법을 어기셨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구원 대상에 이교도라 해서 제외될 수 없다는 신념에서 이와 같은 행위를 보이고 계시다 할지라도, 오해를 불식시키거나 쓸데없는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에서, 아무에게도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셨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한 여인의 간절함이 이러한 오해와 잡음의 영역을 무너뜨리고 맙니다.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둔 이교도 여인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 하고 청합니다.

청하기에 앞서 발 앞에 엎드렸다 하는 표현은 예수님의 치유 능력에 대한 고백과 아울러 치유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몸짓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응답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 하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강아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손자들을 가리켜 우리 강아지라고 할 정도로, 귀여움과 친밀함의 대명사로 자리하고 있지만, 예수님 시대의 강아지는 그야말로 개의 새끼라는 사전적 의미로 사용되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자녀들을 이스라엘 백성으로 해석한다면, 강아지들은 이교도들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교도들을 멸시하는 표현이며, 구원의 대상은 오로지 이스라엘 백성뿐이라는 전통적인 유다교 사상을 반영하는 말씀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에 대한 이교도 여인의 반응은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딸의 치유에 대한 간절함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주님(그리스어로 퀴리오스)은 본디 하느님의 고유한 이름 야훼를 대신하여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복음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초대 교회는 부활하신 예수님주님이라는 신성한 칭호로 부름으로써,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하느님 아버지와 똑같은 권능과 영예와 영광을 받으실 분이심을 고백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이교도의 입에서 주님이라는 신앙고백적 호칭이 발설되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이 신앙고백으로 이교도 여인의 기도는 청허되며, 이 여인을 포함한 이교도들도 주님의 식탁에 앉을 자격이 부여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보다 먼저 제자들이 확인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뒤를 이어 세상 어디에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할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마음을 관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부모의 마음을 살펴보는 일일 것입니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그 마음, 오늘 이교도 여인이 생면부지의 예수님께 보여드린 그 마음 말입니다.

그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 곧 주님의 마음을 움직였고, 여인의 딸은 악령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은총을 입습니다.

오늘 하루, 만나는 모든 이에게 주님의 마음으로 다가서 우리를 통해 그들이 주님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애쓰는, 보람 있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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