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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8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2-08 조회수 : 23

이어령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 평소 선생님을 존경해 왔던 분이 병문안을 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평생 존경을 받았지만, 사랑받지 못했어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다 받지 않으셨습니까?”

 

“아니요. 스승의 날이 되어도 제 연구실에는 꽃을 들고 찾아오는 제자가 없었습니다. 제가 어려웠던 거지요.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존경은 받았지만 사랑받지는 못했구나.”

 

자신과 너무 멀다고 생각하면, 존경할 수는 있어도 사랑하기는 어려운 존재가 됩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이 시대의 석학이고 천재라고 불리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존경했지만, 사랑하기는 힘들었던 것이지요. 사랑을 주고받으려면 어딘가 빈구석이 있어야 하고, 실수도 하고 어리석은 면도 있어야 했습니다. 너무 완벽하면 사랑이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선생님의 이 말씀에 예수님께서 왜 그렇게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의 전지전능함만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기적만을 행하시고,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척척 들어주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상태로는 사랑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것을 아셨던 것이지요. 그래서 인간적인 나약함도 보여주셨고, 실제로 십자가 죽음을 통해 인간이 겪는 죽음까지도 직접 겪으십니다. 존경의 차원을 넘어 사랑의 차원에 함께 머물기 위해서였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다고 복음은 이야기합니다. 쉼의 시간이 필요해서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갔지만, 많은 사람이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많은 군중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보이신 마음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이 마음이 사랑의 마음이었습니다. 목자 없는 양들처럼 영적으로 목말라하는 군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에,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이 사랑 때문에 사람들은 예수님 곁에서 함께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나의 것으로 간직해야 함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사실 저 역시 완벽해지려고만 노력했음을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제 곁에서 멀리 앉으려고 하나 봅니다. 식당에서도 멀리, 성당에서도 멀리…. 같이 어우러지는 편안한 사랑의 자리가 나의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존경받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발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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