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하나의 이야기 속에 두 가지 기적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음을 확인합니다.
하나는 회당장의 딸을 다시 살리는 기적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는 하혈하던 여인의 병을 치유해 주시는 기적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예수님의 연속적인 놀라운 능력 앞에 감탄과 존경의 마음을 쏟아낼 수도 있으나, 늘 그러하듯이 우리의 영적 시선은 이 두 기적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에 닿아 있어야 합니다.
먼저, 회당장의 딸 이야기에서 회당장의 믿음의 정도와 과정을 봅니다.
회당장은 유다교 회당에서 거행되는 전례를 이끌고 회당 건물을 관리하던 사람입니다. 그분 앞에 엎드린 회당장의 몸짓은 예수님이 죽을병에 걸린 딸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신 분임을 고백하는 믿음의 표현입니다.
그러나 이 믿음은 잠시나마 흔들릴 수 있는 위기의 시간 앞에 섭니다. 따님이 죽었습니다 하는 전갈 때문이었습니다. 이때 예수님은 회당장의 믿음을 잡아주시며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하고 북돋워 주십니다. 예수님을 비웃었던 사람들과 달리, 회당장은 주님의 도우심 덕분에 본래의 믿음을 유지합니다.
비웃었던 사람들, 죽음의 세력을 파괴할 수 있는 주님의 능력에 이의를 제기했던 사람들은 이 능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현장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기에, 예수님은 끝까지 믿음을 지켰던 사람들만 그 현장에 초대하십니다.
아이의 손을 잡으시고, 탈리타 쿰! 이 한 마디로 꿈같은 일, 넋을 잃을 수밖에 없는 일이 현실이 됩니다. 물론 예수님은 당신의 부활을 예시하는 이 사건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 지금으로서는 함구령을 내리십니다.
한편, 더는 치유의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여인의 경우는 또 다른 접근을 요구합니다.
이 여인에게서는 회당장의 수준과 같은 믿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저 간절함 하나뿐입니다. 살아온 시간들이 너무 고통스럽고 한스러운 나머지 믿음보다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그분의 옷에 손을 댑니다. 그 즉시 병이 나은 것을 온몸으로 느낀 이 여인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을 것입니다. 즉시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부터 믿음의 단계로 접어들며, 모든 것은 주님의 이끄심에서 비롯됩니다. 이제 이 여인도 회당장처럼 엎드리며, 사실대로 다 말씀드립니다. 이 여인의 간절한 마음을 받아들이시고, 그 간절함을 믿음의 영역으로 끌어올리시는 것입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이와 같은 만남과 대화가 없었다면, 육체적인 병의 치유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병으로 말미암아 살아오면서 겪은 정신적 고통과 한에 대한 치유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병에서 벗어나 건강해져라. 육체는 물론 정신적인 건강을 허락해 주신 주님의 음성은 이 여인의 삶 내내 희망찬 구원의 음성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회당장의 믿음처럼 흔들릴 수 있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병든 이 여인이 지닌 믿음 같지도 않은 믿음의 경우에도, 주님은 당신을 향한 마음이라면 기꺼이 받아주시고, 그 믿음을 견고하고 순수한 믿음으로 승화시키십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그 소중한 신앙을 간직하고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도 실은 주님의 그 이끄심 덕분일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하는 주님의 말씀 가슴에 새기며, 살아온 이 길 더욱 열심히 걸어가겠다는 다짐으로, 주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드리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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