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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3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2-03 조회수 : 125

[연중 제4주간 월요일] 
 
복음: 마르 5,1-20 
 
악령이 활개를 치는 순간!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를 건너 배에서 내리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다가왔습니다. 
 
그는 무덤가에서 홀로 살고 있었는데, 당시 유다 문학 안에서 무덤은 ‘악령의 집’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수많은 악령들이 수시로 활개를 치니 한 인간으로의 기본적인 삶은 끝났다고 보면 정답입니다. 
 
충혈된 눈, 온 몸의 상처, 기괴한 몰골, 엄청난 파괴력, 음산한 분위기...사람들은 다들 그를 보면
무서워서 줄행랑을 치곤했습니다.
왕따도 그런 왕따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그의 거처는 인간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무덤 속 토굴이었습니다. 
 
악령의 괴롭힘으로 고통 받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예수님께서 악령에게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아주 특별한 대답이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제 이름은 군대(軍隊)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마르 5,9) 
 
악령의 이름은 독특하게도 ‘군대’입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로마 군대는 6100명의 사병과 726명의 기병, 합해서 총 6826명의 군사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군대라는 표현은 그 사람 안에 수많은 악령이 활개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열 마리 스무 마리가 아니라 수많은 악령들의 무리가 그 사람에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악령들은 수가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똘똘 뭉쳐 그 사람 안에 들어가 괴롭히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사람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악령들을 쫓아내시어 근처에 있는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게 하십니다.
그리고 이천 마리나 되는 악령 들린 돼지 떼들은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려 달려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수많은 악령들의 무리, 군대라는 표현을 묵상하며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악령들을 바라봅니다. 
 
악령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비약적인 경제성장 그 이면에 깃들어진 죽음의 문화가 곧 악령들입니다.
극단적 이원화, 부익부빈익빈의 현실, 집단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경제지상주의, 학벌주의, 외모지상주의, 왕따 현상, 마약, 자살에의 유혹... 
 
이 모든 악령들이 우리 주님의 권능과 자비에 힘입어 하루 빨리 사라지기 바랍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선이 악의 세력을 물리치기 바랍니다. 
 
군대라는 악령 집단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인간의 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한 인간의 끝에서 당신의 일을 시작하십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우리도 악의 세력에 휘둘릴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악령이 활개를 치면서 한 인간을 극단으로 몰고 갈 때가 언제인지 아십니까?
내 인생에서 하느님이 부재(不在)하실 때입니다.
내 삶에서 성령께서 부재하시는 순간이 곧 악령이 활동하는 순간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자비하신 하느님 현존 체험 안에 머물러야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하느님 그분과 나 사이의 가느다란 끈을 끊지 말아야겠습니다. 
 
때로 하느님께서 아니 계신 듯 여겨지는 부재 체험 가운데서도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께서 내 곁에 현존하고 계신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때로 여기가 끝인가 보다 느껴질 때도 하느님께서 개입하실 순간이 멀지 않았음을 꼭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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