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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6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1-25 조회수 : 141

하느님의 말씀은 희망의 원천

 

[말씀]

1독서(느헤 8,2-4.5-6.8-10)

자신들을 파멸로 이끈 온갖 죄악에 대하여 철저하게 반성하고 회개할 수 있었던 유배시대가 끝나 본국으로 귀환한 유다인들은 이제부터 하느님의 법에 따라 살겠다는 결심을 새로이 합니다. 이때 사제이며 율법학자였던 에즈라가 조상들의 신앙 전승을 수집하고 보완하여 모세의 율법을 선포하기에 이르며, 이 율법과 함께 새로운 삶이 펼쳐집니다. 사람들은 이제 죄로 물든 과거의 역사 앞에서 슬피 울기보다는 오직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축제의 기쁨으로 충만할 것입니다.

2독서(1코린 12,12-30)

바오로 사도가 글을 쓰고 있는 코린토 교회의 신자들은 아직도 성령의 삶에서 멀리 벗어나 있었습니다. 복음선포로 개종은 하였으나, 곧 여러 분파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성찬의 전례를 뒤따랐던 음식 나눔에서 가진 자들의 탐욕은 식을 줄을 몰랐고, 카리스마를 자랑하고 있던 몇몇 신자들은 형제들을 섬기기보다는 그들 위에 군림하고자 했습니다. 하나 됨을 가로막는 이와 같은 현실 앞에서 바오로는 그리스도께서 함께 하시는 공동체는 각 구성원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일치의 형제적 공동체임을 역설합니다.

복음(루카 1,1-4; 4,14-21)

유다교의 탄생을 가능케 했던 종교적인 혁신은 그러나 질서 회복에 그리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리스도 시대에 유다 세계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고, 악의 상징이었던 로마제국의 지배는 엄연한 현실이었으며, 병고와 가난은 여전히 가실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상의 변화를 예고했던 예언서들은 헛된 꿈을 담고 있는 작품 정도로 취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이때 갈릴래아 지방의 작은 마을에 자리한 한 유다교 회당에 모습을 드러내신 그리스도는 이는 단순한 꿈이 아니라 현실로 드러날 희망임을 선포하십니다.


[새김]

올해는 전례력으로 세 번째 해인 해로서 루카 복음서와 함께 신앙의 한 해를 살아갑니다. 복음 저자 루카는 복음서 초두에서 작성 동기와 방법을 설명합니다.

루카를 포함한 복음 저자들은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전승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고 글로 기록한 사람들입니다.

먼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그 가운데서도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한 구원의 위대한 행적이 있었고,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제자들과 목격 증인들이 귀와 눈으로 직접 듣고 본 것을 전했던 시기가 있었으며, 끝으로 이들 목격 증인이 사라지자 비로소 기록의 시대, 곧 복음 저자들의 시대가 펼쳐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네 개의 복음서를 통해 각 복음 저자가 속해 있던 공동체가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어떻게 이해하고 살았는지 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복음서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비롯한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신앙고백서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서 예수님의 공생활, 곧 본격적인 복음전파 사업을 여는 대목이 소개됩니다.

오늘 예수님이 봉독하신 독서는 이사야서 611-2절의 말씀입니다. 이사야서를 통해서 예수님은 당신을 주님께서 기름을 부어 주신 분으로 소개하십니다. 그러니까 주님으로부터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그리스어로는 그리스도, 아람어로는 메시아)이심을 밝히십니다.

세상을 위한 구원사업은 바로 하느님의 뜻이며, 이 뜻을 완수하기 위해 그분으로부터 기름으로 축성되고 파견된 존재임을 선언하고 계신 겁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기쁜 소식, 잡혀간 이들과 억압받는 이들에게는 해방, 눈먼 이들은 다시 보게 하기, 한 마디로 은혜로운 해 선포에 당신의 사명이 있음을 천명하십니다.

물론 말씀으로만 이루어지는 선포가 아니라, 온몸을 투신하여 이루어내실 선포를 말합니다. 당신의 구원 사업 일체,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한 완성까지 담고 있는 선포입니다.

 

루카 복음저자는 유다교에서 은혜로운 해, 곧 희년(禧年)이라는 표현을 빌려오면서도, 이 세상에 예수님 오심을 비롯하여,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포함한 지상에서의 구원사업 전체를, 끝으로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시리라는 약속 일체를 은혜로운 해의 핵심 내용으로 받아들이고 전하고자 합니다.

그러기에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 가슴에 더욱 깊이 새겨집니다.

 

올해는 교황님께서 희년으로 선포하신 해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위에 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따돌림 받고 있는 사람들, 억울하게 묶여 있거나 숨쉬기조차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처럼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펼치며 그들과 함께하는 가운데,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하신 주님의 말씀을 우리도 힘차게 외치면서, 너와 나, 우리 모두에게 가슴 벅찬 한 주간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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