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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1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1-21 조회수 : 140

안식일의 주인

 

오늘 복음 말씀을 읽다 보면, 유다인들, 그 가운데서도 바리사이들이 안식일법을 포함한 율법에 대해 어떠한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이 아니다 하는 주님의 말씀은, 좀 더 넓혀서 말한다면 율법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율법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하는 말씀은 새롭다기보다는 너무나 당연한 가르침입니다.

왜냐하면 법은 사람의 행위를 앞서는 것이 아니라, 늘 행위를 뒤따라다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람의 행위가 잘못되었을 경우, 그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서 법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율법이 인간을 구원으로 이끌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행동을 조정하는 마음이 문제입니다.

바오로의 가르침대로 마음이 의롭고, 나아가 주님의 가르침대로 마음이 사랑을 향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그 구원마저도 전적으로 하느님의 선물로 주어지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십자가상 희생을 통하여 구원을 선사해주실 우리 주님은 따라서 안식일법을 포함한 모든 법의 주인이심을 믿어 고백합니다.


오늘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밀 이삭을 뜯기 시작하자, 어째서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하고 이의를 제기합니다.

남의 곡식에 손을 대거나 안식일에 무엇을 먹는다는 문제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삭을 뜯는 행위를 안식일법 위반 행위로 단정하고 있다는 점이 잘 이해가 안 갑니다.

그들은 이 행위를 안식일법이 금하고 있는 거둠질 곧 추수와 같은 행위로(탈출 34,21 참조) 확대해서 해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식일법 준수가 사람에게 심각한 손실을 끼칠 때에는, 그 의무가 면제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이미 구약성경이 언급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다윗이 사울을 피해 도피 생활을 할 때, 사제가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빵을 먹은 적이 있으며(1사무 21,2-7), 마카베오 시대에 몰살을 모면하기 위해서 안식일이라 하더라도 적과 맞서 싸우기로 결정한 사건을 예로 들 수 있습니(1마카 2,39-41 참조).

 

그렇습니다. 법은 사람을 위해 제정된 것입니다. 가톨릭교회 모든 법의 근원인 십계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십계명은 하느님께서 직접 내려주신 신법(神法)이지만, 실은 하느님 당신을 위한 법이 아니라, 인간의 구원을 위한 법, 종살이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구해내셨듯이 우리를 구하시기 위해서 마련해주신 최소한의 법입니다(탈출 20,2).

그러니 최소한의 법을 준수하는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의롭고 진실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하느님의 지고의 뜻인 사랑을 실천하는데 오늘 하루, 기억에 남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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