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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31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4-12-30 조회수 : 210

그분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서 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표현 앞에서 우리는 많은 상념에 잠기게 되며, 그 상념은 곧바로 후회와 반성으로 넘어갑니다. 은총에 은총을 받은 사람답게, 조금이라도 더 인내하고 더 나누고 더 너그럽지 못했던 시간들이 마냥 아쉽고 씁쓸하기만 합니다.

한편, 이러한 감정에 휩싸인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개선의 희망이 있고, 신앙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의식만큼은 아직 건재하다는 자평으로 위로를 삼기도 합니다. 그분의 영광을 보려는 의지만큼은 분명하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는 먼저 참 빛으로 세상에 오신 주님 섬김에 많은 부족함이 있었음에도 우리와 우리 가정을 살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더욱이 이러저러한 고통 앞에서도 사랑으로 힘을 모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셨음에, 그럼으로써 가족애를 더욱 돈독히 다나갈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우리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신 분들을 기억합니다. 부모님, 가족은 물론, 때로는 가족보다 더 챙겨주시고 참 신앙인의 모습을 일깨워 주셨던 형제자매들을 기억하며, 그분 안에 생명이 있는 주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지금도 많이 그리운 분들,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꼭 다시 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은 분들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신 분입니다. 그 덕에 신앙인으로 살아가고 있고, 올 한 해를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 믿음을 마음으로뿐, 행동으로 실천하는 데 아직도 부족함이 많고 서툴렀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해서는 안 될 일에서는 헛된 용기를 내면서도, 해야 할 일 앞에서는 시간과 능력 등을 핑계로 망설였던 때가 허다했습니다. 그분께서 땅에 오셨지만,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은 백성 가운데 한 사람이었을 뿐임을 깊이 뉘우칩니다.


끝으로, 가족 이외에 감사해야 할 분들이 여러분 계십니다. 오늘 복음 속의 여러 요한님들입니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고 내게 다가왔던 분들입니다.

신앙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정말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을 때, 찾아와 기도로 위로해주시고 힘과 용기를 주셨던, 그래서 올해도 이렇게나마 신앙을 이어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에게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내년에는 내가 요한의 모습으로 남들에게 다가서겠다는 다짐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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