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함께하는 성가정
[말씀]
■ 제1독서(집회 3,2-6.12-14)
기원전 2세기경에 집필된 집회서는 부모에 대한 효도를 인간사회의 으뜸 덕목으로 가르칩니다. 자식의 품행은 무엇보다도 먼저 부모, 특히 노부모에 대해 취하는 자세로 평가되어야 하며, 따라서 자식은 마땅히 부모를 공경하고 삶의 체험이 풍부한 부모의 조언과 충고를 받들어야 합니다. 부모에 대한 효도는 결국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구체적인 길이므로 효도하는 이에게는 필요한 재물과 건강과 구원의 전제조건인 용서가 늘 함께 할 것입니다.
■ 제2독서(콜로 3,12-21)
바오로에게 있어서 한 인생의 성공은 그가 속해 있는 집안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보다 보편적인 가정 곧 교회 안에서 구체화하고 평가되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바오로는 인간상호간 사랑의 관계를 바탕으로 신앙 공동체 구성원 상호간의 보편적 관계를 묘사합니다. 남편과 아내, 자식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사랑의 끈으로 맺어져야 하듯이 교회 구성원 상호간의 관계도 마땅히 친절, 겸손, 온유, 인내 등으로 표현되는 사랑을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 복음(루카 2,41-52)
성부의 뜻에 응답하기 위하여 예수님은 부모를 잠시 떠나나, 마리아와 요셉의 마음은 초조하고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하는 예수님의 이의 제기는 마치 부모의 신앙 부족을 탓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믿음의 부모 마리아와 요셉은 알아듣기 어려웠던 이 사건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며, 새로운 신앙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새김]
성가정은 어떤 가정입니까?
성가정은 효도를 으뜸으로 하며(제1독서), 사랑과 이해와 순종에 기초한 가정을 말합니다(제2독서). 주님께서 아버지를 공경하게 하셨고 어머니의 권위를 보장해 주셨기 때문이며, 남편에 대한 순종과 아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자식에 대한 이해 속에서 가정은 비로소 행복을 느끼며 주님 사랑을 가시적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 공동체의 바탕이 되는 각 가정이 이렇게 성가정을 이룰 수 있을 때, 교회 또한 거룩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도 바오로는 오늘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입니다 하고 가르치십니다.
성가정은 어떤 가정입니까?
성가정은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겪거나 겪게 될 고통을 함께 나누어 짊으로써 그 고통을 가족 유대의 근본적 토대로 승화시켜 나가는 가정을 말하며, 그 모범을 우리는 아들 예수님이 짊어져야 했던 고통에 늘 함께했던 요셉과 마리아의 가정에서 찾습니다. 고통을 함께 나누며 극복해 나갔기에 거룩한 가정으로 칭송받는 가정, 그것이 바로 성가정입니다.
이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다짐의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먼저 세상일에 쫓겨 신앙생활에 부족함이 많았음에도 우리 가정을 보살펴 주시고 축복해 주신 주님,
늘 사랑과 이해로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셨던 부모님,
가정의 생계를 위해 때로는 모멸감 속에서도 땀 흘려 일했던 든든한 남편,
우리 가정이 편한 마음으로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정성과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고마운 아내,
속도 많이 썩이고 심술도 많이 부렸지만, 우리 가정의 기쁨 공장이었던 자녀들,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표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새해에는 어떠한 어려움과 고통에도 굴함이 없이 신의와 효도와 이해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내겠다는 다짐 또한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마리아와 요셉을 본받아 부모의 역할을 깨닫고, 자녀를 키우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우리의 자녀들을 예수님과 같은 인성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살피고 보듬는 성인으로 키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분명 더 밝은 세상, 하느님 나라에 더 가까운 세상으로 바뀌어 갈 것입니다.
남은 시간들, 감사하며 잘 마무리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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