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증인
우리 가톨릭 전례는, 성탄 축일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순교로 그리스도를 증언한 최초 순교자 스테파노 성인을 기념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제자들을 선교로 파견하기에 앞서 내리신 말씀으로서, 사람들이 보여줄 적대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적대자들 가운데 우선은 유다교 지도자들이며, 다음으로 세상의 지도자들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에게 건네진 요구 사항은 말씀이 아니라 증언에 관한 것입니다: 그들과 다른 민족에게 증언할 것이다. 입만이 아니라 온몸으로 선교해야 할 것임이 전제됩니다.
주님은 설교할 내용을 미리 걱정할, 미리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까지 말씀하십니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는 성령께서 그때그때 일러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말 잔치보다는 힘 있는 증언이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교회는 믿음 깊고 실천력 있는 수많은 신앙인을 통하여, 가난하고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을 통하여 탄생했고, 또 복음도 그렇게 전파되어 왔습니다.
하느님 모독죄로 유다 최고 의회 또는 법정에 선 스테파노는,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 너희에게 일러 주실 성령으로 충만하여, 감동적인 설교, 성경에서 가장 긴 설교 말씀 가운데 하나를 남깁니다(사도 7장).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요셉, 모세, 다윗과 솔로몬과 같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구원의 역사를 요약하는 가운데, 그 정점에 예수 그리스도 계심을 역설합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무조건적 선택과 자비의 세계에서 놓여 있었으면서도, 이스라엘 백성은 성령을 거스르는 삶을 살아 왔으며, 이러한 삶이 결국, 메시아를 예고한 예언자들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예수 메시아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질타합니다.
물론 이 설교 말씀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붙였지만, 이미 전개된 구원의 역사까지 접어버리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스테파노의 뒤를 이어, 박해자들이 겉옷을 벗어 발 앞에 둔 사울이라는 젊은이가, 부활하신 주님의 섭리로 일정한 과정을 거친 다음, 더욱 넓고 힘차게 선교의 역사를 펼쳐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세상과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오셨음을 믿어 고백하는 신앙인들로서, 이 신비를 힘 있게 증언하며 믿어 고백한 대로 살아간 스테파노를 기념합니다.
스테파노와 같은 굳은 믿음, 실천하는 자세로 주님 오심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마음껏 나누고 전파하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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