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시기 1-2주간에는 제1독서로 예언자 이사야의 말씀을 접하게 되는데, 온통 희망을 주제로 하는 말씀들입니다. 오늘 말씀은 죽음의 경계선을 뛰어넘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 비탄과 고통으로 손상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우리의 소망을 밝혀 줍니다. 이 말씀 속에서 우리는 또한 모든 치욕이 사라지고 난 다음, 온전한 품위를 지니고 살아가리라는 약속의 말씀을 접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희망과 약속이라는 주제를, 예언자적인 예고 방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구현 방식을 통해서 되풀이한다. 예언 말씀이 예수님 안에서 완성되고 있음을 선포하는 듯합니다: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주셨다”, “예수님께서 감사를 드리신 다음,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한편, 우리는 군중들과 제자들 사이에서 대조적인 모습을 발견합니다. 예수님께서 많은 병자를 고쳐 주시는 기적을 행하시는 데에는 군중들의 몸짓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들이 병자들을 주님 앞에 데려다 놓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니다. 사실 복음서 다른 곳에서도, 예수님께서 병자들을 치유하실 때마다, 이러한 선한 사람들은 자주 등장합니다. 안타까운 처지에 있던 병자들도 병자들이지만, 분명 예수님께서는 이 선한 사람들의 마음을 보시고 흔쾌히 치유의 은사를 허락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계산에 빠져, “빵을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하는 이의 제기로 응수합니다. 병자들을 치유하시는 그분의 능력을 방금 목격했으면서도, 아직도 믿음이 부족했거나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 하신 주님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처럼 병을 치유할 능력도, 빵을 많게 할 능력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모든 책임을 벗겨 주는 것이 아님을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병자들을 위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최소한 주님께 기도하고 함께하려는 모습, 가진 것만이라도 내놓고 나누려는 자세만큼은 양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림시기는 주님 구원 약속의 말씀을 믿고, 그대로 이루어지리라 희망하는 시기입니다. 그러나 그 희망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보편적 희망이 되도록, 우리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살피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는 자세를 앞세워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분명, 이러한 우리의 어여쁜 모습을 보시고, 다 고쳐 주시고, 모두 배불리 먹게 해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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